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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01 18:30 수정 : 2017.02.01 20:28

박민희
문화스포츠 에디터

권력과 결탁한 검사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 <더 킹>에선 검사와 조폭의 세계가 지킬과 하이드처럼 긴밀하게 얽혀 있다. 김기춘, 우병우, 홍만표 등의 면모가 응축된, 왕처럼 군림하는 실세 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은 폭력조직 들개파와 결탁해 방해가 되는 이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고문을 저지르며, 사냥개를 풀어 산 채로 사람을 물어뜯게 해 죽이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목표는 더 큰 권력. “그냥 권력 옆에 있어. 친일파며 그딴 놈들 어때. 다 재벌이고 장차관 하고. 독립군들 한달 연금 60만원 없으면 밥 굶고 살아! 요즘 애들은 왜 역사 공부를 안 하니!”라 큰소리치는 그는 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승자에게 줄을 대기 위해 무속인을 찾아다니고, 상대편 후보에게 불리한 증거를 건네며 요직을 약속받는다.

박근혜-김기춘의 청와대가 부린 들개파는 극우단체들이었고, 재벌이 그 돈줄이었음을 보여주는 특검 수사 결과는 박근혜-김기춘의 파시즘적 세계관과 실행력이 영화 속 풍자보다 한 수 위임을 보여준다. 청와대가 삼성 미래전략실, 전경련 임원과 주기적으로 극우·보수단체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 등 4대 재벌기업이 어버이연합·엄마부대·고엽제전우회 등에 70여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극우단체가 벌인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잔인한 공격, 폭식투쟁,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의 살풍경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고통, 상처, 분노로 남아 있다.

청와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외에도 ‘사회 전분야 좌파 척결’을 목표로 사회 각계에 대한 블랙리스트도 만들었다고 한다.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만 국민이고, 나머지는 적이라는 박근혜의 세계관을 사회 전방위적으로 실현해낸 엘리트 공무원들, 그 돈줄이 된 재벌들의 행태가 섬뜩하다.

<더 킹>의 한강식이 폭력조직을 앞잡이로 실컷 이용하면서도 “개는 개일 뿐”이라며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것처럼, 청와대는 노인세대의 박탈감과 빈곤을 이용해 박근혜 친위부대로 선동하고 사냥개처럼 이용했지만, 그들의 절박한 처지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대선 기간 중 박근혜가 ‘전국 65살 이상 노인 모두에게 노인연금 2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약해 노인 표를 결집시켜 당선된 뒤에는 곧바로 공약을 뒤집고 노인 70%에게만 지급한 것은 신호탄이었다. 청와대가 재벌들로부터 미르재단, 극우단체 지원에 수십·수백억원의 뒷돈을 받아낸 대가로 재벌들은 법인세, 상속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 골목상권까지 싹쓸이하고, 온갖 정책 특혜를 누리면서도 ‘쉬운 해고’를 밀어붙였다.

청와대-재벌-극우집단은 부모-자식 세대 간에 정치적 내전 상태를 조성하고, 극우 프랑켄슈타인 집단을 만들어냈다. 태극기 집회에 등장한 한국 파시즘의 정신분열적 양상은 그 증거다. 무당 출신 최태민 일가와 수십년 결탁한 박근혜를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에 비유하고, 대형 십자가가 등장하며, 거대한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가 나부끼고,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령을 선포해 촛불 반란군을 죽여야 한다'는 노골적인 쿠데타 선동이 버젓이 벌어진다. 이들 극우단체가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진보적 인사들을 인신공격하는 가짜 뉴스가 계속 울려대고, ‘박근혜 탄핵 반대 한강 입수 결사대 모집’이란 공고를 내걸고 “박사모 회원들, 65세 이상 노인 우대, 자필 유서를 써놓고 한강에 들어갈 결사대를 모집한다”며 한강 투신 자살까지 선동하고 있다.

우선 이런 비인도적 행위와 쿠데타 선동자들, 가짜 뉴스 유포자들을 수사하고, 배후에서 이들을 길러낸 청와대-재벌-극우단체 연합의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지지세력은 사냥개로 이용하고, 반대세력은 개처럼 탄압하는 추악한 정치공작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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