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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28 18:21 수정 : 2018.10.29 12:21

석진환
정치사회 부에디터

대학입시의 경험이 너무나 강렬해서, 입시생 자녀를 둘 만큼 시간이 흘렀는데도 ‘대입 낙방’ 꿈을 꿨다는 이들이 있다. 나도 ‘군 입대’와 더불어 ‘시험 치는’ 꿈에서 꽤 오래 벗어나지 못했다.

“어느 날 문득 바깥바람이 차가워졌다고 깨닫는 순간이 있거든. 아차 싶은데, 그때는 이미 늦은 거지.” 내가 이 말을 들은 건 고3이 될 무렵이었다. 해마다 겨울 초입에 치르던 대학입시에서 몇 번이나 고배를 마셨던 이웃 형의 충고였다. 여름에 놀지 말고 미리미리 공부하라는 뜻이었는데, 재수생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격언’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박영선 의원의 25일치 <법률신문>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직 특위는 시작도 못 했는데, 활동 기한 연장부터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일단 11~12월 두 달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1월1일 사개특위 첫 회의가 열리는데, 특위에 남은 시간은 고작 두 달이다. 여야가 지난 7월 20대 국회 후반기를 시작하며 사개특위 구성을 합의해놓고 석 달을 빈둥거렸기 때문이다. 한여름부터 허송세월한 탓에 이제 찬바람이 불고 올해도 곧 저물게 생겼으니, 언감생심 ‘시험’은 쳐보지도 못하고 곧바로 재수 준비를 해야 할 판이다.

국회가 한눈파는 사이, 사개특위가 두려웠던 검찰은 지난여름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아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잠시도 쉬지 않고 눈물겹게 몸부림쳤다. 한 명도 쉽지 않은 전직 대통령 두 명에 더해 최고 경제권력을 수사했다. 검찰은 결코 스스로 손대지 않을 것 같았던 그 경제권력의 ‘무노조 경영’마저 도마에 올렸다. 지금은 검·경 수사의 절대 성역이었던 법원권력의 ‘이너서클’을 겨누고 있다. 법원을 겨냥한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혼신의 여론전은 사법개혁의 무게중심까지 흔들어버렸다. 사개특위가 처리해야 할 ‘적폐 1호’가 검찰인지 법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법조계의 노회한 분석가들은 벌써 “공수처는 물건너간 게 아니냐”고 한다.

그뿐인가. 적폐수사를 이유로 검찰은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가 무색할 만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규모를 대폭 늘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의 권한은 더 막강해진다. 오죽하면 검찰 출신인 여당 의원이 이런 한탄을 했을까 싶다. “우리 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에 나서야 하는데, 어찌 된 건지 검찰의 힘이 1년 전보다 더 커졌다. 특수부가 계속 늘고, 민생과 밀접한 일반 사건 처리율은 더 떨어졌다.”(12일 법무부 국정감사, 금태섭 의원)

사법농단 수사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검찰은 국민의 시선을 ‘양승태’에 붙들어 맨 채 잠시도 눈 돌릴 틈을 주지 않을 것이다. 여야가 사사건건 충돌하는 정기국회는 언제나 그랬듯이 예산안만 겨우 통과시키고 막을 내릴 수 있다. 검찰이 ‘그래도 아직 힘이 있다’는 집권 2년 차 정기국회를 ‘별 탈 없이’ 넘긴다면? “조금만 더 버티자. 3년 차로 꺾이면 개혁 동력은 약해진다. 내년 하반기 국회는 총선 준비로 바쁘다”라고 안도하는 이가 사방에 넘쳐날지 모른다.

2년을 밤낮없이 수사한 검찰은 죄가 없다. 검찰은 제 할 일을 했다. 국회가 제 할 일을 안 하는 거다. 이쯤 되면 여당이나 청와대의 의지도 미덥지 않다. 검찰개혁은 노무현 정부에서 한 차례 실패했다. 현 정부는 지금 재수 중이다. 국민의 검찰개혁 열망은 현 정부 출범 때가 더 압도적이었다. 그런데도 해를 넘기고 때를 놓치면, 내년 늦가을쯤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다 못해 시릴 것이다. 게으름 피우다 또 ‘낙방’한 이에게 삼수 기회가 주어지기나 할까.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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