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아 소설 <3화>
윤기는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문단에서도 제법 자리를 굳힌 터였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조탁하는 힘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축해온 것만큼이나 보상도 후해 단 하나의 상을 제외하고 이름값 꽤나 한다는 상은 모두 받았다. 그를 비껴간 단 하나의 그것은 현존하는 작가에게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었다. 상을 받을 때마다 몹시 부끄러워하며 한없이 자신을 낮추던 그도 그 상만큼은 욕심이 나긴 난 모양이었다. 아니면 모자라는 하나를 마저 채워 넣고 싶은 그의 철두철미한 성격 탓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술자리에서 그 비슷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번 작품 말이야. 자네가 보기에 어때?”
그해 수상작은,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젊은 작가의 체험담을 담은 작품이었다.
“글쎄. 그렇지 뭐.”
“그렇지? 좀 아니지? 가도 너무 갔어.”
내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말꼬리를 채갔다.
“너무 보이잖아. 짜고 치는 고스톱.”
술판을 벌인 초입이라 그는 취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가 맨 정신에 그런 이야기 하는 걸 처음 봤다. 그는 술에 취해도 점잖게 행동했고 더군다나 말실수 같은 걸 하지 않았다. 나는 일부러 호기심 반 장난 반 말을 마구 섞었다.
“가다니 뭐가?”
그는 대답 대신 술잔을 비웠다.
“그걸 진짜 몰라서 물어?”
그는 내 잔에 술을 따르며 한 손으로 허공에 엑스 자를 해 보였다.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내가 보기에도 그 작품이 그 상을 받을 만큼 탁월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도 훨씬 좋은 작품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야 늘 있었고, 그렇다 하더라도 그 작가에게 그 상을 준 것에 대해 그다지 거부감은 일지 않았다. 전작들이 워낙 많이 팔리기도 했고 문학적으로 공이 전혀 없는 바도 아니었다. 나름 업적을 쌓아온 노련한 작가였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 비슷한 분위기로 그해 수상작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거기에는 문학상에 대한 일말의 불신도 한몫했다. 신인에게 주어지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올해는 아무개 차례라고 술자리에서 그 순서를 점치기도 했다. 나는 상과는 일찌감치 멀어진 터라 감히 그런 자리에 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것도 다 어느 정도 경륜에, 그만한 입지가 있는 사람들의 호사였다. 내가 보기에 문학 판은 그들의 안방이었지 나 같은 객이 기웃거릴 데가 못 되었다. 한마디로 누가 상을 타고 안 타고의 일은 별 관심도 없었고 왈가왈부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심사에 그의 말이 곱게 들어올 리 없었다. 너도 별수 없구나, 하는 심정으로 남의 떡에 침을 뱉고 싶어졌다.
“상이란 게 다 그렇지 뭐.”
나도 모르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고 말았다. 순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차 싶어 얼른 그의 안색을 살피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니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전적으로 작품성만 보고 준다고는 할 수 없지. 물론 어느 정도 그게 된 후의 일이긴 하지만. 그게 알고 보면 다 그런 거잖아. 열을 내고 말 것도 없지.”
변명을 한다고 하는 게 내 말은 점점 더 그의 심사를 틀어놓고 말았다. 그는 대꾸도 않고 술을 연거푸 마셨다.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작품성을 문제 삼자는 얘기가 아니야. 말이 나와서 그렇지 그만큼 써댔으면 발가락으로 써도 그림은 나오잖아. 자네도 거긴 동의하지?”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도 밸이 꼬였다. 아니, 그럼 상 못 받는 나 같은 놈은 그만큼 써대질 않아서 그렇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싶어 꼬인 밸을 꾹 누르고 있었다.
“소설이 아니야. 수기라고. 반성만 있지 감동이 없어. 엄밀히 말해 소설이라고 할 수 없어.”
무슨 대단한 일침을 놓을까 기대하고 있던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의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했다. 한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나는 그가 장난을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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