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아 소설 <6화>
사십구재를 치르고 두 달 정도 지났을까. 다연에게 전화가 왔다. 유작 출간과 관련해 의논할 게 있다고 했다. 출판사에서는 서로 먼저 윤기의 유작을 차지하려고 벌써부터 물밑 전쟁이 한창이었다. 그와 절친했다는 이유로 내게도 적지 않은 로비가 들어왔다. 나는 아직 흙도 마르지 않았는데, 유작이라는 타이틀로 너무 쉽게 그를 떠나보내는 게 내키지 않았다. 그보다 죽음을 앞세워 장사를 하려 드는 이 바닥의 천박한 생리가 거슬렸다. 몇 군데 들어온 섭외를 마다하고 있던 참인데 다연 입에서 먼저 유작 어쩌고 하는 말이 나오자 기분이 개떡 같아졌다. 장례식장에서 확신에 차 이야기하던 그녀의 모습이 낯설게 살아났다. 난 여전히 숙제에 골몰해 있었다. 불편한 심기로 만남의 장소에 나갔다. 그새 다연은 몰라보게 야위었고 입가에 주름도 더 깊어졌다. 그녀는 미리 와 위스키 한 잔을 비우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게 유에스비 하나를 건네주었다.
“미발표된 것들이야. 난 들여다봐도 모를 것 같아서 가져왔어.”
다연은 아직도 윤기가 암으로 죽었다는 데 동의하고 있지 않았다. 전화상으로 떠들었던 유작 출간 이야기는 핑계에 불과했다.
“바쁜데 자꾸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그녀는 나처럼 유작 출간에는 관심이 없었다. 절친했던 친구와의 우정 때문인지, 내 앞에 처연히 앉아 있는 다연에 대한 연민 때문인지 나는 알 듯 모르는 기묘한 기분에 휩싸인 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이가 이상해진 건 그때 이후였어.”
“그때라니?”
“꼭 십 년 전이네. 대구에 갔다가 그 사고를 당한 뒤부터였어.”
“사고?”
“있잖아. 대구지하철에 불나서…….”
다연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구지하철참사?”
“응. 그때 이후 이상해진 거 같아.”
“정 교수가 그때 거기 있었어?”
“몰랐어? 하긴 나한테도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으니까. 대구의 ‘대’ 자만 꺼내도 화를 벌컥 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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