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1.03 20:06
수정 : 2014.01.04 11:22
에스터 윌리엄스 싱크홈 원장
가난 등 객관적 조건 못 바꿔도
주체적 삶 살 수 있게 훈련시켜
대학 진학 소식 들으면 행복해
‘서로 존중할 것, 친절하게 대할 것, 사랑을 보여줄 것, 인내심을 가질 것’
‘훔치지 않기, 거짓말 하지 않기, 싸우지 말기, 방에서 음식 먹지 않기, 뒷담화 하지 말기’
‘반성하기, 통에 물 채우기, 바닥 닦기, 설거지’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 교외에 있는 싱크홈 직업훈련센터 벽에 손글씨로 적힌 ‘규율’이다. 첫째 줄은 학생들에게 권고하는 생활 태도이고, 둘째 줄은 금지 사항, 셋째는 벌칙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소녀들은 주중엔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주말엔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함께 먹고 자고 놀고 배우고, 또 아기를 기른다. 많게는 10명까지 한방을 쓰고, 그 방에서 애도 키우려면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가 절대적이다.
싱크홈 직업훈련센터 원장인 에스터 윌리엄스(사진)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미덕은 ‘인내심’이라고 말했다. “이곳엔 다양한 이력을 지닌 아이들이 온다. 어려서 부모를 잃거나 학대, 성적 착취, 어린이 인신매매 등 아픈 경험들을 지닌 아이들, 10대에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아이, 성격이 불안정한 아이,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 등등. 그러니 서로 충돌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져 항상 긴장해야 한다.”
싱크홈은 가족과 연결이 끊긴 소녀들에게 다시 가족을 찾아주는 일도 하지만, 아예 연락이 안 닿을 땐 ‘포스트 패밀리’같은 결연 프로그램을 통해‘가족의 따뜻함’을 느끼도록 한다.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싱크홈 프로그램 중 읽기·쓰기·수학 같은 기초교육, 직업 기술과 함께 ‘생활의 기술’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좋은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판단하는 훈련과 임신·피임·에이즈(AIDS) 예방과 같은 보건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판단력 훈련은 토론 수업을 통해 이뤄진다. 어떤 특정한 상황을 가정한 뒤 각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그 행동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얘기를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가난, 미혼모 같은 객관적 조건은 변하지 않더라도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자제력을 기른다면 어떻게든 위기를 헤쳐갈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윌리엄스는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가장 보람있다고 했다. 싱크홈은 혼자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쳐주지만, 졸업생 중 상당수는 정규학교로 돌아가 배움을 계속한다. 대부분의 소녀들에게 싱크홈은 종착지가 아니라, 잠시 궤도를 이탈했다가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디딤돌이다. 윌리엄스는 “싱크홈을 거쳐간 아이들 중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소식을 들으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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