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995년까지) 평준화를 10여년 하면서 지역경제가 어려워졌다.”(천안2 김동욱) “평준화라는 단어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분야가 교육이다.”(아산3 장기승) 충남 천안시의 고교 입시를 평준화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충남도의회에서 지난 13일 무기명 투표로 부결됐다. 앞서 일주일 전 5시간 넘는 격론 끝에 교육위원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됐지만 본회의장에서 휴짓조각이 돼버렸다. 도의회 상임위에서 통과된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튿날 도의회는 아산의 한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 33명을 초청해 ‘청소년 의회교실’을 열었다. 의장 선출과 조례 제정 따위를 체험하면서 ‘민주주의 선거 방식과 주민 대표의 중요성’을 익혔다는 게 도의회의 설명이다. 지난 22일 도의회는 도청 간부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민주주의의 핵심인 소통하는 의회상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과연 그러한가. 천안 고교 평준화는 전임 교육감 때부터 추진된 정책이다. 천안 지역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은 10년 넘게 고교 평준화를 요구해왔다. 더는 학생들을 줄세우기식 맹목적인 경쟁에 내몰아서는 안 된다는 외침이었다. 2010년 12월 도교육청은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요청에 떠밀려 천안 고교 입시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티에프(TF)팀을 꾸렸다. 그러나 위원 9명 가운데 다수가 평준화에 비판적인 사람들로 채워져 공정성을 의심받았다. 2012년 4월에는 평준화를 위한 조례안이 도의원 33명에 의해 발의됐지만, 도교육청은 여론조사 충족 요건을 70%로 크게 강화한 별도 조례안을 내 뭇매를 맞기도 했다. 평준화가 마뜩잖은 도교육청의 꼼수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3.8%가 찬성하면서 애초 계획대로 2016년부터 평준화가 시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6·4 지방선거 뒤 새로 짜인 10대 도의회(새누리당 30석, 새정치민주연합 10석)는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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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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