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진 소설 <7화>
이와세 선생님은 역수로 한껏 기운을 받고, 양쪽 다리를 번갈아 올리며 그럴듯하게 등장했지만 사이토 선생님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두 판을 연속으로 패한 이와세 선생님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황급히 자기편 대열 뒤로 숨어버렸다. 청군의 사이토 선생님은 백군의 이와세 선생님과 또 한 명의 선수를 물리쳤지만 힘이 빠졌는지 세 번째 상대인 나카에 유토 선생님에게 패해 물러났다.
백군의 나카에 유토 선생님은 몸이 민첩했다. 발꿈치를 들고 상대편과 마주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며 미처 완전히 일어나지도 못한 상대를 밀어 넘어뜨렸다. 두 번째는 당하지 않으리라고 애를 썼지만 상대편 선수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중이었다. 나카에 선생님은 거의 힘을 쓰지도 않고 청군 역사들을 다섯 명이나 쓰러뜨렸다. 백군 응원단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청군의 남은 역사는 다섯 명. 백군은 아직 여덟 명이나 남아 있었다. 게다가 스모의 강자 구로자와 야스히로 선생님이 아홉 번째 역사로 버티고 있었다.
아무래도 스모만큼은 백군이 승리할 모양이지.
리에는 어느 편이 이기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자신이 응원하는 우메하라 게이이치 선생님이 백군 역사 한두 명쯤은 꺾어주기를 바랐다.
드디어 우메하라 게이이치 선생님 차례였다. 백군 응원단들은 여전히 기세를 올리며, 목이 터져라 군가를 불렀다.
“그 무엇이 막을 소냐! 나아가라 일본 남아!”
백군의 나카에 선생님이 먼저 씨름판으로 올라와 기다렸다. 뒤이어 우메하라 선생님이 사이토 다카시로 선생님이 전해주는 역수로 입을 헹구고 씨름판으로 올라와 소금을 뿌렸다. 우메하라 선생님의 큰 키와 건장한 체격에 힘을 얻었는지 청군도 연속 패배의 아픔을 잊고 응원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나카에 유토 선생님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용수철처럼 벌떡 뛰어오르며 두 팔로 우메하라 선생님의 가슴을 밀었다.
우메하라 선생님 역시 당한 건가?
나카에 선생님은 너무 빨라.
나카에 선생님이 벌떡 일어나며 두 팔을 앞으로 쫙 폈을 때 리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모랫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쪽은 우메하라가 아니라 나카에 선생님이었다. 먼저 밀친 쪽은 나카에였으나 우메하라 선생님의 몸집과 힘을 당하지 못하고 자신이 되레 뒤로 넘어진 것이다. 일순간 청군 응원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시 두 선수가 마주 쪼그리고 앉았을 때 청군 응원단은 기세가 완전히 살아나 있었다.
두 번째 판에서 나카에 선생님은 전술을 바꿔 직접 부딪치기보다는 뒤로 물러나면서 기회를 노렸다. 그는 빠르게 회전하면서 우메하라 선생님의 허점을 노렸다. 그러나 원숭이가 자기 재주를 너무 믿으면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 나카에 선생님은 모래밭을 빙글빙글 돌다가 실수로 발이 씨름판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패하고 말았다.
“우메하라! 우메하라! 우메하라!”
청군이 기세를 올렸다.
청군의 다섯 번째 역사인 우메하라 선생님은 나카에 선생님을 시작으로 백군의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역사까지 모두 물리쳤다. 심판의 부채는 잇따라 우메하라 선생님을 가리켰다. 단 한 판도 내주지 않았다. 우메하라 선생님은 체격이 크고 힘도 좋았지만 스모 기술 역시 대단했다. 그냥 단순히 힘으로 미는 수준이 아니었다. 힘으로 상대를 떠밀어 쓰러뜨리기도 했고, 엄지와 검지로 상대의 옆구리를 밀어 씨름판 밖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어깨를 눌러 상대를 주저앉혀버리기도 했다. 몸 전체로 덤비는 덩치 큰 선수를 살짝 피하면서 허리를 감아 달려드는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씨름판 밖으로 걸어나가게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이쯤 되면 아무리 구로자와 선생님이라고 해도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어쩌면 스모 경기마저 청군이 이길지도 몰랐다. 자신이 응원하는 청군의 승리, 사랑하는 우메하라 선생님의 선전이 리에는 어쩐지 께름칙했다.
‘이 불안한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메하라 선생님이 연전연승으로 나아갔지만, 어쩐 일인지 청군의 응원 소리는 점점 기운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그것은 리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연패를 거듭하는 백군의 응원 소리에 훨씬 기운이 차 있었다. 비장미까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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