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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후암동 혜심원은 아이들이 늘어나는 데 견줘 보육교사 수는 턱없이 모자라 식사 시간은 전쟁터와 같다. 18일 오후 보육교사(오른쪽 아래)가 아이들을 불러 한명씩 점심을 먹이는 동안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보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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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아기들, 그 뒤 ② 품어줄 ‘엄마’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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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 일부는 ‘셀프 수유’
“아이들 안고 먹일 수 없어 가슴아파” 아무런 정보 없이 버려진 아이들
보육원장 성 따라 ‘한양 이씨·방씨’ 서울 유기아동은 해마다 폭증
작년 239명으로 5년전보다 8배↑
서울외 지역선 되레 줄어들기도 서울시아동복지센터도 예외는 아니다. 베이비박스 등에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임시시설인 이 센터는 지난 12월 말부터 외부 도우미를 투입했다. 이순덕 소장은 “센터에서 돌볼 수 있는 적정 영아 수는 5명인데, 최근 14명까지 보호한 적도 있다. 보육교사가 초과근무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직원의 도움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육아도우미를 투입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국의 유기아동이 서울로 몰려들면서 각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른 탓에 이런 풍경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역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폭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요보호아동 발생 현황’과 서울시의 ‘기아 현황’을 보면, 2008년 29명이었던 서울지역 유기아동 수는 2013년 239명으로 5년 새 8배 넘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입양된 아이는 1명뿐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서울지역 26개 보육시설로 보내졌다. 이들은 대체로 2살 미만 영아들이다. 시설 1곳당 평균 9명의 아이들이 지난 한 해에만 새롭게 보내졌다. 전국에서 유기아동이 급증하진 않는다. 2008~2012년 집계를 보면, 2008년 202명이던 전국 유기아동은 2012년 235명으로 1.2배 느는 데 그쳤다. 서울과 달리 일부 지역에서는 유기아동이 되레 줄어들고 있다. 같은 기간 전북 지역에선 28명에서 1명으로 급감했고, 2008년 15명 버려진 경남지역은 한명도 버려지지 않았다. 경기지역도 같은 기간 39명에서 26명으로 줄었다. 전국의 유기아동이 베이비박스가 있는 서울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정된 시설에 아이들은 몰려들지만, 지원은 좀체 늘지 않는다. 현재 정부는 아이 5명당 1명꼴(1일 기준)로 보육교사를 지원하고 있다. 보육교사들은 보통 24시간 일하고 하루 쉬는 맞교대 형태로 근무한다. 보육교사 2명이 하루씩 번갈아가며 5명의 아이를 돌보는 셈이다. 5명을 기준으로 보육 인력이 지원되다 보니, 혜심원처럼 13명의 아이가 있는 곳에 지원되는 인원은 하루에 2명뿐이다. 한 사람이 5명의 아이를 돌보기도 버거운데, 6~7명의 아이를 감당해야 한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해서 병원엘 가야 한다면, 한사람이 10명이 넘는 아이를 돌봐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살핌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혜심원의 보육교사 이나래(27)씨는 “아이들을 안고 분유를 먹일 수 없는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어린아이일수록 신체 접촉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사회화 능력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물리적으로 20~30분씩 13명의 아이를 안고 분유를 먹일 일손을 감당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5~6개월 된 일부 아이들은 어깨와 가슴에 수건을 두르고 직접 젖병을 무는 이른바 ‘셀프 수유’를 하고 있었다. 권필환 원장은 “갓난아기는 일반 직원들까지 동원해 안고 분유를 먹이지만 팔에 힘이 생긴 아이들은 본인한테 물려 먹게 한다. 아이들 분유는 먹여야 하고, 손은 부족하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들의 일상에 숨통을 틔우는 이들이 자원봉사자다. 일주일에 한두 번 찾는 이들이지만, 시설로서는 귀하디귀하다. 매주 수요일 저녁 혜심원을 찾는 김진옥(68)씨는 “일반 가정에서는 아이 1명도 키우기 힘든데,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수고를 가까이서 지켜보니 안타까워 매주 찾게 된다. 나라가 보육교사의 수를 늘려 버려진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엄마’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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