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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15 20:50 수정 : 2014.01.16 16:39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내년 8월까지 시설공간 늘려야
정부지원 없고 후원금도 줄어
정원 줄여 법 지켜야 할 판

서울 강남지역에 있는 ㄱ보육원 사무국장은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2012년 8월 개정된 아동복지법 시행령·시행규칙에 따라 내년 8월까지 아이들이 생활하는 시설 공간을 늘려야 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어진 지 25년이 넘은 건물은 리모델링 비용이 재건축 비용보다 많이 나온다. 6억원이 넘는 돈을 마련해야 하지만, 후원금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공간을 늘리지 못하면 아이들 숫자를 줄여야 한다. 50여명이 넘는 아이들 가운데 법이 정한 기준에 맞게 수용할 수 있는 아이들은 40여명 선이다. 이 보육원 사무국장은 “여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면 대학생이 되면서 퇴소하는 아이들 외에도 10여명의 아이들을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북지역의 ㄴ보육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모두 60명의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현재 58명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지난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 10명이 옮겨온 탓이다. 보육원 관계자는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내년 8월까지 추가 공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더는 아이들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동복지시설의 시름이 깊어간다. 개정된 아동복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라 아이들을 위한 공간 기준이 확대되면서다. 개정된 아동복지법 하위법령은 아동시설의 아이 1명당 거실 기준면적을 3.3㎡(1평)에서 6.6㎡(2평)로 확대했다. 침실 1곳당 정원도 6명 이하에서 3명 이하로 조정했다. 16.5㎡(5평)가 넘는 사무실을 마련해야 하고,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시설은 사무실과 같은 크기의 자료실 또는 대기실을 만들어야 한다.

시설들은 아이들의 생활 공간을 늘려주자는 법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법은 당장 시설의 여유공간을 늘리라고 주문하지만, 빠듯한 재정에 전국의 유기아동이 서울로 몰려들면서 시설 공간은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 규모가 큰 곳도 예외는 아니다. 3년전 7층 아파트 형태로 시설을 단장한 관악구 남현동 상록보육원은 오히려 방을 줄여야 할 형편이다. 부청하 상록보육원 원장은 “시설을 새로 지으면서 아이들이 방을 넓게 쓰라는 뜻에서 4명의 아이들이 쓰기에도 클 정도 방을 만들었는데, 법이 규모와 관계없이 침실 1곳당 인원을 3명으로 제한했다. 법을 지키려면 방을 두개로 쪼개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경 한국아동복지협회 부장은 “취지는 좋지만 시설을 개축하거나 증축하기 위해서는 사업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별도의 지원없이 법을 시행하면서 앞으로 정원을 조정하는 시설들이 늘어날 것이다. 유기아동이 갈 곳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크게 문제가 안되지만, 유기아동이 몰리고 있는 서울 지역은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에 유기 아동 양육만을 전담하는 시설을 조속히 마련하고, 전국 230개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행정조사를 실시해 밀려드는 아이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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