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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15 20:54 수정 : 2014.01.17 17:23

부모에게 버려진 뒤 홀로 병상에 누운 아이들은 더 서럽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영유아 중환자실에서 한 간호사가 ‘베이비박스’에서 온 아이를 돌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버려지는 아기들, 그 뒤 ③ 병실서 홀로 병과 싸우는 아이들
찾는이 없는 면회 시간…주삿바늘보다 더한 아픔

두 발에 주사바늘을 꽂고 있는 준후(가명)는 칭얼댔다. 갓 돌 지난 준후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영유아 중환자실 침상 위에 누워있었다. 이미 병원 생활 11개월차다. 주사바늘 정도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배고픈 건 참기 어려웠나보다. 준후는 고열 때문에 금식 중이었다.

‘희귀성 질환’을 지닌 채 태어난 준후는 지난해 7월 중환자실에서 재활병동으로 옮겨 한 동안 잘 지냈다. 그러다 이달 초 갑자기 39.5도까지 열이 치솟았다. 6개월 만에 중환자실로 돌아온 준후는 이유식을 삼키기 어려워했다. 기도로 잘못 들어가면 질식할 수 있어 금식 조처는 불가피했다.

준후는 태어난 지 한달도 안돼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다. 준후 옆에 놓인 쪽지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2013년 1월24일에 태어난 희귀성 질환을 가진 아이입니다. 아픈 곳이 너무 많아요. 분유를 잘 먹지 못하는데, 3시간 간격으로 먹여야 합니다.” 염색체 이상 희귀질환인 ‘루빈스타인-테이비 증후군’이었다. 시립어린이병원에 함께 온 다른 아이들이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를 거쳐 보육원 등 장기시설로 갈 때, 준후는 병원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준후의 양손 엄지손가락은 절굿공이처럼 평평하고 둥그렇다. 이 희귀 질환의 증상이다. 왼손 중지와 약지는 붙어있고 오른손 중지와 약지 사이에는 물갈퀴 모양의 살점이 있다. 10만명 당 1명 정도가 얻게 된다는 병이다. 신생아 시절엔 분유를 잘 빨지 못하고 토해 간호사들이 애를 먹었다. 석 달이 지나도록 고개도 못 가눴다. 생후 4개월이 돼서야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안도했다. 이제 준후는 혼자 고개를 곧잘 가눈다. 뒤집기까지 한다.

베이비박스 아기 늘어나자
서울시립어린이병원도 ‘북적’

중환자실 20명 중 6명 ‘유기아동’
하루2번 면회시간 그저 지켜볼뿐
간호사들이 백일·육아일기 챙겨

현재 21명 입원해 황달 등 치료중
병상 꽉 찰 땐 며칠씩 대기하기도
병원 관계자 “병상 수 확대 고민중”

시립어린이병원 영유아 중환자실 환자는 20명이다. 이 가운데 준후를 비롯한 6명이 부모도 없고 소속된 시설도 없는 베이비박스 아이들이다. 오후 3시와 저녁 8시 면회 시간이 되면 6명의 아이들은 멍해진다. 옆에 누운 다른 아이들의 부모가 찾아와 얼굴도 쓰다듬고 침도 닦아주는 모습을 지켜만 본다. 6명 가운데에는, 황달 치료 뒤 곧바로 퇴원해 아동복지센터로 갈 아이도 있고, 구개파열 수술만 잘되면 완치 가능한 아이도 있다. 그러나 세진(가명)이나 윤하(가명)처럼 기약 없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세진이는 임신 27주 만에 태어나 아직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 온 몸이 경직된 5개월 윤하는 ‘뇌실질 출혈 낭종성 공동’ 진단을 받았다.

한 간호사는 씁쓸하게 말했다. “그래도 베이비박스에서 온 아이들은 의식불명 상태나 장기입원 환자는 적은 편이에요. 아이를 맡아 키워 달라며 놓고 가는 건데, 내버려두면 바로 죽을 아이를 유기하지는 않겠죠.” 간호사들은 부모 없는 아이들을 위해 백일잔치도 열어주고 육아일기도 써 준다. 육아일기에는 베이비박스에 부모가 놓고 간 쪽지 사본이며 아이들의 발도장·손도장 사진, 배꼽 사진까지 붙여 놓는다.

영유아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매주 월·목요일 바짝 긴장한다. 관악구청이 베이비박스에서 아이들을 데려오는 날이다. 보통 영유아 중환자실 20개 병상이 꽉 차 있는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아이가 새로 오면 다른 아이를 내보내는 수밖에 없다. 자리가 정 없을 땐, 하루나 이틀 정도 재활병동이나 아동복지센터로 아이를 보냈다가 자리가 나면 입원시키기도 한다.

12명이 3교대로 일하는 간호사들은 격무보다도 아이들이 걱정이다. “베이비박스 영아들이 늘어나니 보호자 있는 의식불명 상태의 아이들을 입원시킬 자리가 줄어들었어요. 또 영아들을 가능한 오랫동안 돌봐주고 싶은데 아이들이 밀려와 상태가 호전되면 바로 다른 병동으로 보내거나 퇴원시켜야 하는 것도 안타깝죠.”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이 아이들을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보내기 전 1차 검진을 해야 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2011년 23명이던 베이비박스에서 온 검진 아동 수는 2012년 70명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엔 204명이나 됐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초 검진만을 받고 일시보호시설로 이동했지만, 3년간 75명의 아이는 황달·뇌병변·다운증후군 등으로 어린이병원에 입원했다. 이 중 21명의 아이는 여전히 입원 중이다.

병상은 거의 꽉 차 있다. 236개 병상 중 220개가 가동 중이다. 입원한 아이는 월평균 200만원가량의 진료비가 든다. 보호자가 없는 베이비박스 아이들은 병원이 진료비를 전액 감당해야 한다. 병원 관계자는 “2012~2013년 베이비박스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아직은 총 병상 수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고민이 많다. 베이비박스 아이들이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어난다고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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