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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18 19:36 수정 : 2014.02.05 17:19

탁현민 공연연출가

[토요판/연애] 탁현민의 그놈의 유혹

“한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는 것은 하나의 온전한 우주를 흔드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유혹하고, 그 유혹에 빠져드는 일은 그저 운명인 것 같습니다. 누가 좋을 때는 뚜렷한 이유보다 마냥, 속절없이 좋습니다. 그가 좋을 때는, 숨 쉬는 것도 아름답습니다. 반면 그가 싫을 때는, 그 인간이 숨 쉬는 것조차 싫습니다. 좋으니까 모든 게 좋은 이유가 되고, 싫으니까 역시 모든 게 싫은 이유가 됩니다. 그래서 운명이란 생각이 듭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뤄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여기서 99%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중요한 것은 1%의 영감이 아니겠습니까? 유혹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를 사로잡는다는 것은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상대를 향해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며 유치한 믿음으로 달려드는 것은 미련한 짓입니다. 피차 무척 피곤해지는 일입니다.

유혹하고 유혹당하는 것이 운명에 가까운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유혹할 수 있다는 녀석들부터 누구에게라도 넘어가 주겠다는 ‘잉여’들까지 다양하기도 합니다. 연애와 애정학 코치들은 연애 성공의 비법이나 유혹의 비결을 공식으로 만들어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것들은 무척 그럴듯해서 ‘잊지 말아야지’ 하고 적어놓고 언젠가 꺼내 써먹어 보지만, 들은 대로 배운 대로 막상 시도해 보면 그게 또 잘 안 먹힙니다. 아무래도 세상에 그런 공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사람들이지만 결국 다 다를 수밖에 없고, 다른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것이 나에겐 그저 그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그럴듯해 보이는 유혹의 사례도 그저 참고 대상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이 연재는 제가 먼저 <한겨레>에 제안했습니다. 봄부터 내내 놀고 있던 터라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였습니다. 칼럼 기고 제안을 받은 오랜 친구인 최아무개 기자는, 그래 어디 한번 써보라고 하더군요. “뭔가 매력적인 칼럼이었으면 좋겠다. 청춘남녀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길 바란다”는 단서를 붙이더군요. 최 기자의 맹랑한 기대를 들으며 내가 가장 신났을 때, 뭔가 즐겁고 기대에 차 있는 상태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그러했던 때는 공연장에서, 카페에서 혹은 학교에서, 관객들이나 어떤 사람이나, 혹은 학생들을 신나게 유혹(?)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우리는 상대를 설득하려 할 때 가장 자신감에 넘쳐 있고, 상대를 어떻게든 이해하려 할 때 가장 인자하며, 상대를 유혹할 때 가장 매력적인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러니 기운도 나고 재밌고 내용까지 그럴듯한 글을 쓰기 위해 칼럼의 제목은 ‘그놈의 유혹’으로 정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연재 기간에 저는 누군가를, 때로는 무엇인가를 유혹하며 지낼 생각입니다. 당신도 누군가를 유혹하는 마음으로 살길 바랍니다. 다시 말하지만, 유혹하려 할 때야말로 우리는 가장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탁현민 공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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