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탁현민의 그놈의 유혹
일전에 독일인 친구는 독일의 이혼율이 세계 1위라고 했다. 미국인 친구도 자기들이 1위라고 했던 것 같다. 요즘은 우리나라가 이혼율 1위 국가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전세계에서 그렇다는 건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에 그렇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혼율이 전에 견줘 높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왜 그렇게 이혼들을 하는지 묻자, 미국인 친구는 “요즘 미국에서는 교회가 망하는 일이 자꾸 생기는데 교회 중심의 종교적 가치관이 여전히 유효한 미국의 중산층에서 탈종교하는 사람들이 느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거야”라고 했더랬다. ‘아하!’ 우리나라도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적이었던 시절과 지금은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반면 독일 친구 말은 이랬다. “독일은 부부가 시간을 오래 보내면서 이혼율이 늘었어, 10시에 출근해서 3시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이 생겼고 오랫동안 같이 있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두 친구의 말 중에 나는 독일 친구의 말이 더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이혼 사유 부동의 1위는 ‘성격 차이’라는데 이건 먹고살기 힘들어서 갈라서는 게 아니라 먹고살 만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니 말이다. 사실 먹고살기 힘들 때는 그저 벌고 쓰면서 다만 그렇게 사는 것뿐이다. 갈등이니 고민이니 차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사치다. 함께 있고 싶어 결혼을 했으면서 함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니…. 그러나 이러한 아이러니는 결혼과 이혼뿐 아니라 모든 애정관계에서의 공통 고민이다. 결혼은 ‘내게 너무 아름다운 당신이 얼마나 추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길고도 짧은 여행’이라는 어느 애정학자의 말도 있지 않은가.
|
탁현민 공연연출가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