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탁현민의 그놈의 유혹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다.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전구 불빛이 요란하다. 암수 한 몸(?)의 사람들, 아니 커플들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일년 내내 외로워도 견딜 만했는데, 더는 못 참고 ‘그래 아무나 사랑해 버릴 거야’ 마음먹는 사람들 늘어나는 12월인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니 예수님은 평생을 홀로 외롭게 살다 가셨는데 왜 그분의 생일에는 이렇게 한 몸이 되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건 너무나 비종교적이며 비성서적이고, 비상식적인 것 아닌가. 이 천벌을 받을 ××들. 그러거나 말거나, 서로가 상대를 찾아 떠도는 이 시기에 “하느님 그래도 제가 올 한해 좋은 일도 좀 했고, 충분히 외로웠습니다. 이제는 제게도 하나쯤…” 하는 마음을 갖는 사람이 참 많다. 때로 누군가는 기적과 같이 그 절절한 기도에 대한 응답을 받기도 하겠지만, 하느님은 참으로 공평하고 의로우셔서 대개는 ‘나’를 외로운 사람들 사이에 거하게 하시거나 더 큰 시련을 주시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에는 크신 사랑 대신 시련을 선물받은 한 여자를 만났다. 내내 잘 지내다가 하필이면 이즈음에 헤어지기로 결심한 그런 친구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꽤 오래, 꽤 열렬히, 꽤 알콩달콩한 관계를 유지해왔었는데, 어쩌다가 그렇게 되어버렸다. 사랑이란 상대를 애정하는 마음의 무게에, 함께 보낸 시간의 무게가 더해졌을 때 더 깊어지게 마련이다. 그 여자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주저앉을 지경이었다. 물론 헤어져야만 할 상황인지라 어쩔 수는 없었지만, 만나서 사랑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처럼 헤어지는 일 역시 만만한 일은 아니었으니, 나는 그저 그녀가 애잔했다. 이별을 현실로 받아들인 뒤에도 그녀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가능하면 상처가 남지 않게, 그러면서도 조금은 아름답게 헤어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에 그렇게 헤어지는 방법 따위는 없다. 그런 게 있다면 사실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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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공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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