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탁현민의 그놈의 유혹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물고기보다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 하셨다는데, 가끔 낚시를 즐기는 초보 낚시꾼의 입장에서 말하면, 물고기를 낚는 것이나 사람을 ‘낚는 것’(점잖게 말하면 얻는 것)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프로 낚시꾼들이 들으면 허술하기 짝이 없을 수 있겠지만 몇 번의 경험과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먼저 잘 낚으려면 ‘물때’, 곧 시기가 중요하다. 물고기가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시기를 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실력 좋은 낚시꾼이라 해도 고기가 없는 곳에 낚싯대를 던지면 말짱 꽝이다. 이것은 클럽에 몇시에 가느냐 어떤 요일에 가느냐가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제아무리 조지 클루니라 하더라도 월요일 오전에 서울 홍대 앞 클럽에 가서 뭘 어쩌겠는가? 물때야말로 낚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좋은 물때를 잡았다면 다음은 루어, 새우, 지렁이 등 미끼를 잘 골라 끼워야 한다. 밤낮에 따라 미끼의 선택을 달리해야 하고, 노리는 어종에 따라 자리돔 같은 작은 물고기를 미끼로 끼우는 경우도 있다. 스타일이 중요한 여자에게 접근하면서 돈자랑만 하거나, 뭔가 울적하여 클럽을 찾은 여자에게 싼 개그를 남발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이게 어려우신가? 걱정 마시라. 대부분의 물고기가 새우나 지렁이를 좋아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도 그리 다양하지는 않다.
물때를 잘 잡고 미끼를 잘 끼웠으면 사실 반은 성공이다. 좋은 포인트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웬만하면 물리게 되어 있다. 하지만 운에 맡기지 않고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배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의 크기나 속도가 아니라 물고기의 습성을 잘 아는 선장이듯, 사람을 낚는(?) 데도 경험 많은 인생 선배나 이웃의 충고가 도움이 되곤 한다.
물때를 잘 만나고 미끼를 잘 끼우고 선장의 충고를 잘 들어도 죽어라 낚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옆에서는 낚싯대를 물에 넣기 무섭게 후드득 잘만 낚는데, 그 옆에 선 나는 출렁이는 파도만 바라보며 애꿎은 세월만 낚고 자빠져 있을 때가 있다. 반면 어떤 때는 물때도 별로고 미끼도 잘못 끼운 것 같고 선장도 형편없는데 아무 생각 없이 휘익 던져본 낚싯대에 낚시 방송에서나 보던 감성돔 같은 것이 주둥이도 아니고 옆구리에 바늘이 꿰어 “여기가 어딘가” 하는 표정으로 걸려들기도 한다.
그게 바로 낚시의 묘미다. 꼭 실력 좋은 전문 낚시꾼이 아니어도 나 같은 초보에게도 가끔은 그런 물고기들이 걸려드는 것. 저 망망대해 보이지도 않는 깊은 바닷속에 정말 뭔가 있기는 한 걸까 싶어 절망하려던 때에, 무심코 들고 있던 낚싯대에 ‘후드득’ 뭔가 물린 느낌이 들 때. 드디어 나도 낚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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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공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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