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탁현민의 그놈의 유혹
오랜 경험과 관찰의 결과, 다음과 같은 유형의 사람은 연애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단, 귀찮은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연애하기 어렵다. 연애란 귀찮은 일의 연속이다. 누군가를 챙겨줘야 하고 배려해야 하고 다독거려야 하고 위로해야 한다. 그것도 그런 척해서는 상대가 귀신같이 알아차리니 진심을 담아야 한다. 그러니 귀찮은 걸 싫어하는 사람이 연애를 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도 연애하기 어렵다. 우주가 자기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강한 자기애는 혼자 살기에는 참 좋겠지만 상대는 무척 피곤해지게 되어 있다. 뭐든 자기 마음대로, 자기 생각대로를 강요하는데, 그걸 버텨내는 남자(혹은 여자)는 없거나 아주 흔치 않다. 소심한 사람도 연애하기 어렵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트리플 A형의 극소심자 말이다. 연애란 상대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것과 같다. 도전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끔은 용감하게 들이댈 줄도 알아야 하고, 약간의 허세도 필요하고, 적절한 내숭도 필요하다. 상대의 가려진 면모를 함께 탐험하며 자기의 없었던 장점들과 가려진 내면을 찾아내며 그 안에서 공통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다. 이 극소심자들은 잔뜩 쫄아서 일어나지도 않을 나쁜 상상들만 하며 방문 잠그고 혼자 훌쩍거리니 연애가 잘될 리가 없다. 연애란 애초의 품성 때문에 못하는 것뿐 아니라 그냥 시들해질 때도 있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만나기를 고대하거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지치기도 한다. 그냥 혼자인 게 좋거나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 뭐 이렇게 혼자 지내는 게 더 좋잖아” 싶어질 때가 있다. 또 누군가를 찾고 만나고 마음을 열고 상처받고 위로받고 그러다 지치고 하는 일들을 생각하면 ‘앓느니 죽자’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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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공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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