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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28 19:32 수정 : 2014.03.28 19:32

[토요판] 탁현민의 그놈의 유혹

여자가 어떤 남자에게 끌리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다. 누굴 붙잡고 물어봐도, 좋아하는 남자에게 끌린다는 도리 없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남자들이여 여자가 어떤 남자에게 끌리는지 알기 어렵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누가 왜 좋은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누가 왜 싫은지는 상당히 분명하고 공통적인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알 수 없는 답을 찾아가기보다 일단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가 되지 않도록 해보는 건 어떨지. 연애의 가능성을 높이고, 언젠가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를 만나길 고대하며 말이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는 허세스러운 남자란다. 2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남자가 말이야 허세도 좀 있어야지 않겠어” 하는 여자는 절대 없었다. 그런데도 많은 남자들이 여전히 허세와 남성다움을 혼동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극이다. 게다가 분명히 남자다운 면모를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여자들은 그것을 허세라 하니 어디까지가 허세이고 어디까지가 남성다움인지 곤혹스럽다.(아마 여자들도 정확히는 이야기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허세를 싫어하는 만큼 궁상맞은 것도 여자들은 싫어한다. 소박한 것과 궁상맞은 것의 차이는 좀 알 것 같다. 있는 만큼 가진 만큼 수준에 맞게 쓰는 것은 소박하다 할 수 있고, 있는데도 가졌는데도 안 쓰려고 하는 것은 궁상맞은 것 같다. 요즘 같은 시대에 여자들도 남자들도 돈 많은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모두가 돈이 많을 수는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우울하지만 그러나 갑자기 부자가 되기 어려운 대부분의 남자들이 알았으면 싶다. 돈 많은 남자도 좋지만 궁상맞지만 않아도 싫지는 않단다.

‘모두의 남자’도 별로다. 쉽게 말해 모두에게 친절한 남자는 별로란다. 그건 사실 남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애란 원래 ‘내게 특별한 그대’ 아니었던가. 나 말고 딴 놈이나 나 말고 딴 년에게까지 친절한 상대가 좋을 리 없다. 순전한 마음으로 모두에게 넘치는 호의와 친절을 베풀다가는 자칫 헤픈 남자가 될 확률이 높다. 남자들이 그런 여자를 두고 ‘썅년’이라 하듯 모두의 남자가 되는 순간 그 비슷한 욕을 먹게 될 것은 분명하다.

가끔 호감을 얻어내기 위해 모성애를 자극하거나 동정심을 유발하라는 유의 연애기술서들을 보기도 하는데 모두 사기다. 직접 경험해본 결과 여자들이 어떤 남자를 진심으로 동정하거나 애처롭게 보기도 하고 그래서 잘해주고 위로해주기도 하지만 그 애처로운 남자를 사랑하게 되거나 연애감정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그건 연애와 전혀 다른 종류의 감정인 듯하다. 오히려 어떤 여자가 내게 동정과 모성애를 느꼈다면 둘 사이의 연애는 물론 남자로선 끝장이라 보는 편이 맞을 듯하다.

탁현민 공연연출가
이렇게 써 놓고 생각해보니 그간 이런저런 연애 나부랭이 글들을 써오면서 단 한 번도 남자들에게 쓴 글은 없었던 것 같다. 언젠가 수십종의 연애기술서를 기획해 낸 어느 출판기획자에게 “왜 남자들을 위한 연애 책은 없지?” 물었더니 “남자들은 그런 책 안 읽어요. 다들 자기가 선수인 줄 안다니까.” 맞는 말이다. 남자들, 지들은 다 자기가 선수인 줄 안다. 모태솔로의 은총을 받고서도 다만 연애하기로 마음먹지 않아 혼자인 줄 아는 남자도 꽤 있다. 그러니 어쩌면 이 남자들의 대책 없는 자신감, 근거 없는 확신이야말로 어쩌면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며 남자가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남자들아.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는 것이야 노력만으로 안 되겠지만, 여자들이 싫어하지 않는 남자가 되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하다. 선수는 무슨 개뿔.

탁현민 공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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