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탁현민의 ‘그놈의 유혹’
어쩌면 말이다. 모든 연애 칼럼의 문제는 연애할 대상은 알려주지 않고 쓸 데도 없는 방법만 알려준다는 것에 있지 않나 싶다. 임을 봐야 뽕을 따고, 누울 자리가 있어야 자리를 펴지 않겠는가? 여자의 마음이 어떻고 남자의 마음이 어떻고 해봐야 개뿔, 상대가 있어야 고민할 것 아니겠는가? 더 짜증 나는 것은 그런 연애 칼럼니스트, 애정학자들은 하나같이 연애중이거나 결혼했거나 수시로 상대를 만나는 것들일 확률이 높다. 그들에게는 참 쉬운 일이라는 말이다. 이건 마치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장 일이 가장 쉬웠어요”라든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돈 버는 게 가장 쉬워요”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들이야 잘하는 일이지만, 못하는 사람은 대체 어쩌라는 거냐. 해서, 문득 생각해 보았다. 매주 꼬박꼬박 원고료를 처받으며 써먹지도 못할 연애 방법을 썼던 이 깊은 죄를 씻기 위해 여전히 괜찮게 남아 있는 그럴듯한 연애 대상을 소개해 보는 것은 어떨지 말이다. 꽤 그럴듯한 남자, 그놈을 소개하는 편이 칼럼니스트로서 부끄럼 없는 일이 아닐까 말이다. 그리하여 오늘 그놈을 소개할까 한다. 그놈은 삼십대 초반으로 키는 180㎝에 몸무게는 69㎏, 직업은 디자이너이며, 취미는 요리와 운동, 매해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할 만큼의 체력을 자랑한다. 홍대 놀이터 부근 카페 같은 개인 작업실에서 일도 하고 생활도 한다. 음악 듣고 공연 보는 걸 좋아해서 얼마 전엔 큰돈을 들여 마크 레빈슨 오디오를 들여놓았고 공연장에도 자주 가는 모양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집의 절반은 큰 책장이며 볼 때마다 늘 새로운 책을 들고 있다. 목소리도 나직하니 듣기 좋다. 말수는 많지 않으나 가끔 작심한 듯 웃길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이지 허리를 꺾으며 웃게 된다. 여행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일년에 여름 두 달, 겨울 두 달은 무조건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노르웨이 같은 곳에 렌트하우스를 구해 나간다. 정치적 성향은 진보인 듯싶다. 하지만 정치색을 크게 드러내기보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조용히 한다. 강정마을에 기부를 한다든지 김어준이나 강신주의 강연을 들으러 간다든지. 그렇게 지내면서 돈은 언제 모을까 싶은데 그 나이에 벌써 5억~6억 정도 자산이 있는 것을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서글서글하니 좋은 성격이지만 뭔가에 몰두하면 주변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이내 세심하게 상대를 챙기기도 하니 큰 흠은 아니다. 어떠신가, 이런 남자? 딱 이 남자다 싶은가? 이런 남자를 만나기 위해 여태 혼자 계셨던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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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공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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