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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30 18:42 수정 : 2014.05.31 15:54

[토요판] 탁현민의 그놈의 유혹

100명의 학생들과 문화콘텐츠 기획이란 수업을 하면서 매년 한 번씩 남자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와 여자가 가장 싫어하는 남자를 수강생에게 묻는다. 좋은 콘텐츠, 성공하는 콘텐츠란 상대의 마음을 알고 그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착안한 수업 방법인데, 매년 동일하게 등장하는 유형이 있고 새롭게 등장하는 유형도 있다. 1학년에서 4학년까지 학생들이 다 듣는 수업인지라 2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까지 남녀 대학생들의 생각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알려 드린다.

먼저, 여학생에게 물었다. 가장 싫은 스타일의 남자는? 1위는 단연 허세남. 3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가끔 주변의 30~40대 여성들에게 물어도 1위는 비슷하다. 여자는 허세를 싫어한다. 2위는 더러운 남자. 당연하지! 지저분한 사람이 좋다는 여자가 어디 있을까 싶다. 계속해서 3위는 마마보이, 4위는 연애할 때 갑자기 잠수 타는(소식을 끊는) 남자. 5위는 권위적인 남자 등이 올해의 순위권에 올랐다. 순위 밖이긴 하지만, 게임 하는 남자도 꽤 비호감이고 욕하거나 길거리에서 침을 뱉거나 하는 비매너남도 여자들이 싫어하는 유형에서 빠지지 않았다.

반면에 남자들이 싫어하는 여자 1위는 자기관리가 안 되는 여자. 생활 면에서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자기관리가 안 되는 여자는 별로라는 것이었다. 2위 역시 1위와 비슷한데 지나치게 의존적인 여자가 차지했다.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며 남자에게 매달리는 유형의 여자는 비호감이라는 의견이다. 3위는 끼리끼리 다니면서 파벌을 조성하는 여자, 4위는 입만 열면 남의 흉을 보는 여자, 5위는 뭘 자꾸 사달라는 여자 순서였다. 순위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양다리 걸치는 여자도 있었다.

이제 3년째이긴 하지만 매해 남학생들은, 순종적인 여성보다는 자기관리를 잘하고 능동적인 여자에게 매력을 느꼈다. 어찌 보면 전통적인 여성상보다 동등한 입장에서 사람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사회가 아직 만족할 만한 양성 평등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탁현민 공연연출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대답은 여자들이 갑자기 소식을 끊는 남자를 꽤 싫어한다는 것과 남자들이 남의 흉을 보는 여자를 꽤 싫어한다는 사실이었다. 남자 입장에서 연애 중에 갑자기 소식을 끊는 이유는 그만 만나겠다는 아주 구체적인 표현이지만 여자들은 그것을 구체적인 표현으로 보지 않고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는 가끔 행동으로 말하고 여자는 언제나 말로 이야기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라. 여자들이 다른 사람 험담하는 것을 남자가 듣기 싫어하는 이유는 욕하는 행동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그 험담에 공감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원래 남자들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 싶다.

어찌 되었든 남자들은 허세를 버리고 잘 씻고 엄마 품에서 벗어나야 하고, 여자들은 자기관리 잘하며 남자에게 매달리지 말고 남 욕하지 마시길. 그래서 좋은 남친, 여친 만드시길 바란다.

탁현민 공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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