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
세상읽기
먼저 지난 6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상기시키고 싶다.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14살짜리 가출 여중생을 모텔에 감금하고는 인터넷 채팅 클럽에서 모집한 성구매자들을 대상으로 하루에 5차례 이상 성매매를 강요했으며, ‘화대’로 받은 1억2000여만원을 모두 가로챘다. 성매수자는 무려 800여명에 달하였는데, 그중에는 대학교수, 의사, 약사 등 식자층도 있었다. 이들은 이 여중생이 감금되어 폭행당하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신고는커녕 반복하여 이 모텔을 찾았다. 육욕 충족 앞에서는 법도 도덕도 최소한의 양심도 없단 말인가? 청소년성보호법 제정을 전후로 하여 정부와 시민단체는 미성년자의 성을 사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임을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성구매자 명단 공개를 통하여 잠재적 범죄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미성년자의 성을 구매하려는 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전국에 깔린 인터넷망 속에서 미성년자의 성매매를 조장·알선하는 사이트는 버젓이 개설되고, 여기서 성구매자는 용돈을 주겠다며 ‘조건 만남’을 추구하고 있다. 만연한 ‘3차 문화’로도 모자라 이제 ‘동기’(童妓)를 찾는 것인가? 다행히도 지난 7월2일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었다. 그러나 개정 법률에도 미성년자를 성매매로 유인·유혹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영국에서는 이런 행위가 징역 10년 미만의 형에 처해진다는 점을 생각할 때 국회의 경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사기관은 물론 청소년위원회, 포털 서비스 업체 등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미성년자 대상 성구매의 단속·처벌을 위하여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수사기관은 형사소송법상 허용되는 방식을 따른 ‘함정수사’를 활용하여 미성년자 대상 성구매자를 효과적으로 색출·처벌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성년자의 성을 상품화하는 각종 표현물에 대한 감시·규제 역시 필요하다. 한편 개정된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열람권자가 범죄자의 주소 내에 거주하는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과 성범죄자의 주소를 관할하는 지역의 관련 교육기관의 장으로 확대되었음을 알리고 싶다. 근래 발생한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사건, 제주 서귀포시 초등학생 성추행 살인사건은 모두 이웃에 살고 있는 성범죄 전력자가 저지른 사건이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경우 재범률이 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성년자의 보호자와 유관 교육기관의 책임자는 자기 지역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지를 한 번씩은 점검해 보길 권한다. 수사기관도 자신의 관할지역에 거주하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처벌보다 예방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행법상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성장하여 과거의 피해를 자각하여 가해자를 고소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가버려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죄는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이 절절히 요구해 왔음에도 국회가 계속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가 피해자에게 초래하는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후유증은 심대하다. 정부, 국회, 시민단체가 이 범죄를 좀더 초기에 효과적으로 예방·처벌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