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5 17:31
수정 : 2007.08.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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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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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나라당은 대선 후보 경선으로 열기가 뜨겁고, 범여권은 통합신당을 만드느라 소리가 요란하다. 한나라당은 성장주의 또는 개발주의의 부활로 일찌감치 총노선을 확정하였으니, 논쟁은 후보 개인의 능력과 자질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론조사 1위 후보 이명박씨는 자신에 대한 비판만 나오면 정권의 음모 탓으로 돌린다. 도곡동 땅 등 차명 재산 의혹에 대해서는 “내 재산이 아니므로 내가 답변할 필요 없다”고 답하며, 자신의 친·인척들이 소유한 홍은프레닝이 서울 천호동 뉴타운 인근 땅을 사들이게 된 것도 우연한 행운이었을 뿐이라고 대응한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자신과 자신의 친·인척들의 주민등록초본과 부동산 소유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검증을 자청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후보는 발가벗겨지기 전에 발가벗어야 한다. ‘부패 후보’가 아니라 ‘부자 후보’라는 주장을 믿을 수 있도록 솔선해 보라. 이 후보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의 부가 어디서 왔는지, 그가 대통령이 된 후 그의 친·인척이 계속 ‘행운’을 얻지는 않을지 등의 의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희한한 이력을 가진 최태민 목사 및 그 일족의 이야기만 나오면 경직된다. 그에게 ‘5·16 쿠데타’는 여전히 “구국혁명”이다. 최 목사의 부패 의혹에 대한 옛 중앙정보부의 보고서, 영남대와 육영재단의 비리 의혹에 대한 증언이 나와도 “검찰 수사에서 나온 것이 없다”라고 대응하고, 최 목사는 여전히 자신에게 “고마운 분”이라며 변호하기를 고집한다.
이 후보가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경제적 혜택을 입었다면, 박 후보는 유신체제에서 ‘퍼스트 레이디’ 노릇을 하며 정치적 권력을 누렸다. 그런 박 후보가 측근과 주변의 비리를 알지 못하였다면 무능하였거나 적어도 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다. 박 후보가 아버지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유신 공주’라는 낙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국민통합의 적임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계속 최 목사 쪽을 끼고도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가 집권한 후 공신과 측근의 비리를 감쌀 것이라는 예상은 계속될 것이다.
한편 범여권은 한번에 읽기도 힘든 긴 이름의 신당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신당이 대선용 급조 정당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과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 공약’에 대응하는 신당의 핵심 공약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신당은 정강정책의 초안도 만들지 않은 채 계파 간의 지분 나누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신당에서 과거 열린우리당 간판 아래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정책적 분란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정치적 민주화가 실현된 상황에서 반수구 민주 대연합이라는 소극적 비전만으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이념정당이 아니니 내부의 정책적 차이와 절충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보이는 헌신성과 열렬함을 신당 내에서 찾기 힘들다는 점은 신당의 미래를 회색으로 만든다. 범여권의 정통성의 뿌리는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다. ‘정치공학’을 버리고 ‘운동’의 진정성을 되찾아야 한다. 역대 민주정부의 노선을 계승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대담한 희망”을 보여주고, 이를 위해 안팎으로 연대하며 몸을 던질 때만 신당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여야의 대선후보와 정당은 솔직함과 당당함으로 주권자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경쟁에 나서길 희망한다. 자신의 과거와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는 사람,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며 헌신하는 사람만이 주권자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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