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은택/NHN 이사
|
세상읽기
대통령 당선자가 경청했으면 하는 세 가지 답변이 있다. 대선 후보들은 선거운동 기간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를 통해 정책질문과 자유질문 두 가지를 던졌다. 답변자는 지식인 활동을 열심히 한 고수들. 평균연령은 32.3살이다. 1천여개의 답변을 읽어보고 세 개를 골라봤다. 이 중 두 개는 네티즌의 추천도 많았다. -살아오면서 목숨 걸고 도전한 경험이 있으세요? (이인제 후보의 자유질문)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자체가 목숨 걸고 도전한 경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10대 때는 입시전쟁 속에서, 20대 때는 취업전쟁 속에서, 30대는 내집마련 전쟁 속에서, 40대는 노후대비 전쟁 속에서, 50대 이후는 비싼 의료비에 병마와의 전쟁 속에서. 그뿐인가요? 그 외에도 수많은 작은 전쟁들로 편할 날 없는 대한민국에서의 삶이지요. 출퇴근 교통전쟁, 명절날 귀성·귀경전쟁, 결혼할 때 혼수전쟁, 기름값 한 푼이라도 싼 주유소 찾아 다니느라 주유전쟁 …, 이렇듯 전쟁 속에서 살고 있으니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자체만으로도 목숨 걸고 도전한 경험이 아닐는지요? (goldman0701) 두 번째 고른 답변도 질문에 대한 직접적 답은 아니다.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에 꼭 가볼 곳은 어디이고, 만나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문국현 후보의 자유질문) =제가 느끼기엔 본인 자신을 만나봐야 한다고 봅니다. 철저한 자기성찰을 한 다음에야 지도자로서 바로 설 수 있다고 봅니다. 반성할 부분이 없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내가 정말로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충분한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이죠. 남에 의해 들춰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지요. 여유가 없으시죠. 정말 너무 바쁘실 텐데 잠시라도 눈을 감고 걸어온 길과 나아갈 바를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중략) 세상 어느 누구도 맘만 먹으면 가서 만날 수 있고 부를 수 있는 자리를 향해 가시는 분이지만 정작 진정으로 만나봐야 할 사람 나 자신, 꼭 만나 보십시오! 차 한잔으로 목도 축여주고 클래식으로 귀도 좀 열어주고 맘에게 잠시나마 쉴 시간도 좀 주시고요. 그리고 후회 없는 길을 가시기 바랍니다. (후략) (235pia) 마지막으로 고른 답이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여러분이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회창 후보의 자유질문)=(전략) 제가 후보님께 선물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굳이 제가 받고 싶은 것이라면, 후보님을 직접 만나서 그 선물을 드릴 수 있는 기회 정도가 되겠네요. 아직 돈도 직업도 없는 백수라 좋은 선물은 못 해드립니다만, 꼭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물을 드릴게요. 물 정도야, 뉴스에 나오는 부유층만 마신다는 그 외제 생수라도 드릴 수가 있지요. 까짓 거!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찾아 흘러갑니다. (중략) 세상 모든 것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지식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지식이 높은 곳에 고이기만 하면, 즉 지식이 일부에게 독점되면 그 자체로 권력이 되고 더러워지죠. 돈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아무리 자본주의가 뛰어난 제도라 할지라도 결함은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애초 세웠던 가정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돈이 돈을 버는 것을 어느 정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사랑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랑에 굶주린 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권력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권력이 정점에 집중된 사회를 겪어 봤으니 달리 설명도 필요 없을 것 같군요. (evil2live) 전쟁과 같은 한국의 현실 앞에서 스스로 돌아보고 물처럼 자신을 낮출 줄 아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홍은택/NHN 이사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