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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시인·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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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로스쿨 입학정원을 서울권역 52%, 비서울권역 48%로 배분할 예정이라는 발표가 나고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러한 비율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인구수와 사건수, 지역내 총생산(GRDP) 등인데, 서울권 대학에서는 사법시험 합격자 수나 외국대학과의 교류실적 등을 내세워 이러한 분배가 서울권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지역 국사립 대학들은 “지방대학의 발전과 지역발전에 필요한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시행령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적어도 60%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과연 로스쿨 정원의 규모와 배분에서 황금비는 어디쯤 있는 것일까. 황금비란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비율을 가리키지만, 로스쿨에 관한 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해답은 없어 보인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로스쿨 유치에 나선 대학들로서는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는 사정이기에 선정 결과가 발표된 뒤에도 적지 않은 반발이나 부작용이 예상된다. 따라서 지금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서울과 지방 사이의 적절한 균형지점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런데 문제는 로스쿨의 여파가 단순히 법학이라는 단위 학문이나 법조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공과 상관없이 학부성적, 어학능력, 사회활동 등의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로스쿨을 유치하면 우수한 인재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대학의 학력이나 경쟁력은 로스쿨 여부에 따라 양극화될 것이다. 그 점에서 로스쿨이 교육 전반, 나아가 국가의 균형발전에 끼칠 영향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만일 서울권으로 정원이 편중된다면 대학의 서열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지방의 대학들은 그나마 유지해 온 경쟁력마저 잃어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로스쿨은 애초에 법조인 교육과 선발 방식을 바꾸는 사법개혁의 일환일 뿐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다양한 지역과 계층에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국민에게 좀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동안 법조계는 명문대 출신을 중심으로 한 연고주의가 지배해왔고 수도권 집중 현상도 심한 편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각 지역의 독특한 입지조건을 활용한 특성화 교육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도 지역 균형은 고려되어야 한다. 서울권 대학에서는 지역 안배가 부당한 특혜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법조인 배출 경력이 높은 배점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지방 대학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다. 사법고시 합격률이 대체로 대학입학 성적과 비례한다고 할 때, 지방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교육할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기존의 실적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대학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처럼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문외한이 로스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걸 보면, 이 문제가 대학의 생존을 좌우할 만큼 절박한 현안이기는 한 모양이다. 물론 지방 대학 교수가 지역 균형 운운하는 것이 자기 논에 물 끌어대기 식으로 보이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십 년 넘게 서울에 살던 내가 지방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얻은 지역 불균형의 실감과 위기의식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는 계속 ‘서울의 눈’으로만 지역의 문제를 바라보았을 것이다.나희덕/시인·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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