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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5 18:53 수정 : 2007.12.25 19:37

박명림/연세대 교수·정치학

세상읽기

한 시대가 가고 다른 한 시대가 오고 있다. 크고 굵직한 굽이를 보여온 한국 현대사가 다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은 무엇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진보개혁세력은 왜 탄핵과도 같은 응징을 당했는가? 진보개혁정부 10년은 무엇을 남겼고, 이명박과 그의 정부 앞에는 어떤 과제와 전망이 놓여 있는가? 하나하나 분석해 보자.

△경제제일주의와 성장블록: 이번 대선의 제1 프레임은 경제였다. 모든 초점은, 마치 다른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처럼 경제로 모아졌다. “경제가 중요하다”에서 “그렇다면 어떤 경제냐”로 이어져야 하나, 후자는 생략된 채 즉각 ‘경제=성장’ 등식으로 연결되었다. 계층을 불문하고 ‘경제’, ‘성장제일주의’가 민주선거를 휩쓸었다. 상층 그룹은 놀랄 만큼 표의 결집을 보여주었다. 더 놀라운 것은 노동자, 농민, 비정규직, 중산층, 젊은 세대를 포함해 모든 세대와 계층의 다수가 보수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이다. 과거 민주파의 지지기반이었던 이들은 재벌, 강남, 초고소득층, 부동산 수혜 그룹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자유무역협정(FTA), 부동산, 세금, 주택, 교육, 육아, 복지, 노동 등 명백히 충돌하는 ‘성장정책’과 ‘사회정책’의 이익-손해 계층이 경제제일주의에 대한 동시 지지를 통해 하층과 상층의 ‘성장블록’을 구축한 것이다. 일종의 역사블록의 형성, 즉 민주화를 이룬 ‘민주연합’에서 경제발전을 위한 ‘성장연합’으로의 전환이었다.

△담론블록과 헤게모니: 이번 대선의 제2 프레임은 반노무현-반좌파였다. 경제, 시장 프레임 역시 노무현을 분배주의-좌파로 설정·공격한 담론 전략의 대성공이었다. 담론의 형성과 소통에서 보수언론의 역할은 특히 컸다. 그 점에서 선거라는 정치영역의 승리는 보수언론(조중동)-지식인(뉴라이트)-정당(한나라당) 사이에 형성된 담론연대-가치연대의 공통의 지적·이념적·문화적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른바 헤게모니의 형성, 즉 보수적 담론과 가치를 ‘소수의 옛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민적 가치’로 확산한 뒤 민주선거를 통해 최종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헤게모니 현상은 반공, 친미, 경제발전가치를 위로부터 부과했던 과거보수세력과는 크게 달랐다.

역설적으로 일부 진보 언론과 정당, 지식인의 반대방향에서의 민주정부 10년 비판과 반노 공세, 즉 양극화 심화와 사회정책 부재에 대한 계속적인 공격은 의도와는 달리 경제제일주의·성장·시장주의의 담론적·사회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크게 활용되었다. 양극화 심화와 사회정책 허약에 대한 ‘진보적’ 비판이 보수언론과 단체를 통해 디제이-노무현-진보개혁 세력의 경제실패에 대한 ‘보수적’ 공격으로 확대재생산된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정반대의 두 비판이 만나면서 진보개혁적 가치의 침몰과 보수적·시장적 담론의 전사회화, 즉 담론블록을 통한 경제제일주의 가치의 헤게모니가 구축된 것이다.

그렇다면 몇몇 핵심 물음이 남는다. 첫째, 양적 경제지표에서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 사회는 왜 이 정도 사회발전 단계에서 ‘민주연합’ 이후 나타났던 ‘복지연합’이나 ‘평등연합’을 창출하지 못하고 ‘발전연합’ ‘성장블록’을 형성하도록 허용했나? 둘째, 건국헌법-이승만-박정희 시기 경제와 교육의 평등주의를 통해 오늘의 한국이 놓였음을 고려할 때 평등의 가치가 배척당한 이번 선택은 향후 한국 사회와 개별 삶들을 어떻게 방향지을 것인가? 셋째, 하층 그룹의 선택은 실업, 부동산, 교육, 비정규직, 세금에서 그들이 원했던 효과를 가져다줄 것인가? 즉 노무현 시대의 ‘2만 달러’ 달성은 ‘평균 2만 달러의 삶의 질’을 보장하지 못했으나, 이명박의 ‘평균 몇 만 달러’는 보장해줄 것인가?

박명림/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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