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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30 18:43 수정 : 2007.12.30 19:16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세상읽기

대선은 진보·개혁진영의 참패로 끝났다. 보수진영이 둘로 갈라졌고 그 후보들은 각자 많은 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유권자는 보수대통령을 선택했다. 범여권 정당과 민주노동당은 모두 참담하게 패배하였다. 그런데 선거 이후 이 진영 내에서 제대로 된 혁신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통합신당에서 대선 패배를 계기로 과거 자신의 정책실패를 반성하기보다는, 모든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파’에 돌리며 면피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그러나 이반된 민심은 ‘친노’와 ‘비노’를 가리지 않는다. ‘비노’의 경우도 자신들이 부동산 정책 실패, 비정규직 양산, 양극화 심화, 사교육비 증가 등에 책임이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서민을 위한 정부를 자처하는 정부가 ‘좌회전 깜빡이 킨 우회전’을 주도할 때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통합신당이 진정 살려면 참여정부의 실패와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계파이익을 따지며 당 대표를 뽑고, 의원 공천을 하다가는 유권자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확인사살’을 해 버릴 것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의회를 장악한 보수진영이 4월 총선을 통하여 중앙의회까지 장악할 수 있으니 “이명박 정부 견제를 위해 표를 달라”는 호소를 하더라도, 호소하는 자가 진솔한 반성과 자기희생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호소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통합신당에 계파를 떠난 전면적 물갈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민주노동당도 심각한 위기다. 노무현은 “짝퉁 진보”이며 자신이야말로 “진품 진보”라고 자부하였지만, 유권자는 이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는 많은 기대를 가지고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을 밀어주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활동은 실망스러웠다. ‘신자유주의’ 반대를 일관되게 주창해 왔으나, 지금 당장 서민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선 후보를 뽑을 때 본선 경쟁력보다 당내 계파의 이익이 우선되었고, 대선 기간 중에는 느닷없이 코리아 연방공화제와 100만 민중대회를 들고 나왔다.

비례대표제 덕에 국회의원 몇 자리는 항상 확보가 가능하니, 그것에 만족하며 당권 장악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정당을 진정 진보정당이라 부를 수 있는가? 북한에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가 전혀 없다고, 북한 핵은 ‘민족적 자산’이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는 정당이 어떻게 통일한국의 미래를 열 수 있단 말인가?

10년 동안 절치부심하여 집권한 ‘준비된 보수정권’,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보수정권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통합신당과 민주노동당 모두 자신의 노선과 활동방식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이에 따른 인적·물적 혁신이 있어야 한다. 이 두 정당의 뿌리는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다. 이제 다시 마음을 비우고, 자세를 낮추고, 이땅의 낮은 곳으로 내려가 일하는 사람과 일하고픈 사람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같이 부대껴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장관 자리를 얻으려 운동을 한 것이 아니었잖은가? 의원 배지를 떼고, 넥타이를 풀고, 기사가 딸린 대형 승용차를 버리고, 점퍼를 입고 운동화 끈을 조이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과거 탄핵정국 때 박근혜의 투신과 이번 대선에서 이회창의 변신을 배우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통합신당은 특정 지역당이 되고, 민주노동당은 존재의미만 확인하는 소수정당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앞으로 5년 와신상담하며 비전과 정책을 혁신하지 않는다면 5년 뒤에는 단지 패배가 아니라 몰락이 올지도 모른다. 그것은 진보·개혁진영의 불행일 뿐 아니라, 우리 정치 전체의 불행일 것이다.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고민과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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