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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6 19:08 수정 : 2008.01.06 19:08

홍은택/엔이이치엔(NHN) 이사

세상읽기

자전거를 즐겨 타는 내게는 대운하 건설 계획에 매력적인 내용이 있다. 운하 강변에 자전거 길을 만들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게 된다는 것. 한나라당의 이재오 의원은 닷새 동안 부산에서부터 서울까지 560㎞를 자전거로 종단하는 시범을 보이며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계획를 보면, 한반도 대운하에서 배는 540㎞를 24시간대에 달린다고 한다. 평균 시속 22.5㎞다. 한강과 낙동강의 본류에서 최대 시속 32.8㎞까지 나오고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인공수로의 곡선구간에서는 시속 12㎞로 달린다. 터미널에서 머무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운행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 정도면 자전거로서는 한판 붙어볼 속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배와 경주를 벌이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페달 밟는 장면이 그려진다.

“라이더들에게는 더없이 기쁜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강에 진입만 하면 강 따라 옆길을 휘리릭 달리다 보면 어느새 부산에도 갈 수 있고 상주도 갈 수 있고 남해도 가고 목포도 가고 최고의 라이딩 코스가 되지 않을까요? 정말 기대됩니다. (중략)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약 15만 회원이 있는 인터넷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서 한 회원은 이렇게 썼다. 반응들은 이렇다.

“자전거 하나 타자고 나라 망하고 후대에 물려줄 환경 X작살 나는 꼴은 못 봅니다. 그냥 걸어다니고 말지!”

“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정치성에 의심이 들던데요. 이 단체들 뭐든 다 반대하던데요. 청계천 때도 그랬고. 주변에 자전거 도로 만들어주면 자전거로 전국 여행하기도 편하고 좋을 것 같군요. 찬반도 전문가들이 해야지 운동권 단체들이 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전 질색입니다.”

“다들 대운하 길에 자전거 도로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군요. 글쎄요. 대운하 대신에 자전거 길을 고속도로처럼 내어달라는 건 어떠실지요? 그럼 더 좋아하실 거 같은데? (중략) 아무리 자전거가 좋다고 하지만 자전거 탈 수 있다는 생각에 나라도 팔겠군요.”

“대운하를 하든, 쇼 운하를 하든, 국토종단을 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나 만들어준다면 대환영입니다.”

“운하와 자전거 도로를 자꾸 연결시키려는 거 같은데 이건 운하 찬성표를 모으기 위한 자전거 도로이지 자전거 도로를 위한 운하는 아니죠 -ㅅ-; 제게는 운하로 인한 환경 파괴를 긍정적으로 커버하기 위해서 운동과 무공해를 강조할 수 있는 자전거 도로를 강조하는 걸로 보입니다.” (후략)

나도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운하라도 건설해야 한다는 쪽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운하 건설에 따른 파생적인 이득을 얘기한 것일 테다. 다만 자전거의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차용하고 싶어했을 수는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운하건설은 환경영향을 정확히 평가한 뒤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만약 자전거에 관해서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고 싶다면 경부 자전거도로보다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쪽이다. 파리의 ‘벨리브’ 프로젝트와 같은 것이다. 벨리브는 자전거와 자유를 결합한 멋진 말이다. 파리 시내에 300m 간격으로 무인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하고 자전거 1만6천여대를 배치해 시민과 관광객 누구나 값싸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이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를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본다. 어쩌다 한번 경부를 자전거로 오가는 기분을 내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매일 안전하고 즐겁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자전거 교통분담률을 선진화의 지표로 넣어줬으면 한다.

홍은택/엔이이치엔(NHN)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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