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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0 19:28 수정 : 2008.01.20 19:28

김영환/한국인권재단 감사

세상읽기

육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같이 사는 고양이의 뒷다리를 보고 침이 고일 때가 있다.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대구나 구미, 혹은 밀양에 조그마한 땅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운하에 ‘토지 경매’도 들썩”과 같은 기사에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스스로를 투기 반대자라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낯선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오른쪽 그림에 있는 25개의 점은 서울시의 25개 구를 가리킨다. 가로 좌표는 구별로 2007년 주택분 재산세를 해당 구의 가구수로 나눈 값이고 세로 좌표는 구별로 대통령 선거에서 1위의 득표율에서 2위의 득표율을 뺀 값이다. 예컨대 가장 위에 있는 점은 가구당 주택분 재산세가 49만원, 2위 후보보다 1위 후보에게 52%포인트 득표율을 더 준 구를 나타낸 것이고, 가장 아래에 있는 점은 가구당 주택분 재산세는 6만원, 2위 후보보다 1위 후보에게 16%포인트 득표율을 더 준 구를 나타낸 것이다. 재산세는 서울시청 보도자료, 가구수는 서울시청 웹사이트 자료, 후보별 득표율 차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이용하여 계산한 것이다. 주택공시가격 기준일과, 가구수 기준일, 선거일이 각각 다르므로 이에 따른 오차는 있겠지만 그를 무시하면 그림에서 추세선이 우상향하는 것은 집값이 높은 지역일수록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기운이 강했음을 뜻한다. 인상적인 것은 25개의 점들이 직선 주위에 모여 있는 정도가 1을 만점으로 할 때 0.94에 이른다는 것이다.

주택 재산세에 따른 득표율 차이의 추이
거주하는 집의 가격과 소유하고 있는 집의 가격이 매우 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집값이 높은 지역일수록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기운이 강했다는 것은 비싼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기운이 강하게 작동했다는 의미가 된다. 집값이 높은 지역은 길게 보면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이기도 하다. 서울을 다섯 권역으로 나눌 때 2006년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높은 권역은 3.3㎥당 2473만원이고 가장 낮은 권역은 962만원이다.(‘2006 서울서베이’, 서울시청) 이 두 권역의 2000년부터 2006년까지 6년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각각 181%와 84%다.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사람들의 부동산 감수성이 활성화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곳에서 건설회사 대표 경력으로 잘 알려진 대통령 후보자는 그 자체로 쉽게 사람들의 부동산 욕망을 촉발했을 것이다. 그 욕망과 한 덩어리로 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였고 그런 상황이 그가 당선된 한 배경이 될 것이다.

사람은 자기 경험의 틀을 잘 못 깬다. 건설회사 사장 출신이 총리가 되어 나라 전체에 부동산 거품을 일으키고 결국 부패사건으로 구속까지 된 이웃 나라를 봐도 그러하다. 정말 큰 문제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과거 정책의 결과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람들의 침과 심장 박동을 변화시킬 힘이 있다. 그 결과는 매우 오래 지속된다. 그 반작용까지 고려하면 더욱.

올해는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이다. 부동산 감수성 대신 인권 감수성이 활성화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사람들이 자기 경험의 틀을 깨는 것을 보고 싶다.

김영환/한국인권재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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