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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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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④·끝-17대 대선과 이명박 시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의 뜻깊은 시점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였다. 새 출발을 축하하고자 밤새 ‘상서로운 눈’이라는 뜻의 서설이 담뿍 내렸다. 5년 후 이 자연의 축복이 사람의 축복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미리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국민 수준에선 참 선진화와 ‘국민’성공시대로 요약된다. 지난 60년 대한민국의 성공이 곧 모든 국민 개개인의 성공은 아니었다. 지금 우리는 선진국들의 선진국 진입시점 세 배의 1인당 소득에도 불구하고 왜 선진국이 못 되었는가? 삶의 공공성과 예측가능성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진화란, 국가의 역할에 의해서만 가능한, 평범한 삶의 공공화와 예측가능화를 말한다. 정부 관점에서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환경, 교육, 의료, 육아 등은 모두 공공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선진화를 위한 보수정부의 선택, 즉 세금인상과 복지정책을 포함한 공공성 강화 정책은 보수파의 저항도 적어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다. 이는 이명박 정부를 위한 좋은 준거가 된다. 이중적 시민의식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 환경, 주택, (공)교육, 의료, 육아의 공적 개선을 위한 16만원의 세금 인상, 즉 공적 책임은 ‘세금폭탄’이라고 거부하나, 사교육과 조기유학, 즉 사적 이익을 위해서는 160만원, 1600만원을 감내하는 이중행태로는 선진화는 정녕 멀다. 이 모든 공공 부문의 끝없는 사적 경쟁과 개별적 해결 노력이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 수준이다. 보수정부의 출범을 맞아 보수의 중심담론인 공적 의무감과 애국심은 특별히 강조하게 된다. 축재와 같은 사적 능력과 달리 공적 능력은 윤리의식, 자발적 헌신성, 책임감, 애국심이 없으면 발휘될 수 없다. 첫 내각과 청와대 참모 구성기준과 과정에서 공적 실용주의의 요체인 시민윤리와 애국심 논의가 결여된 것은 놀랍다. 세금납부, 병역, 이중 국적, 자녀교육, 부동산 투기, 탈법 …. 일부 후보들의 사적 삶을 보면서 그들이 이 공동체를 위해 공적으로 헌신할 수 있을까 묻게 된다. 최초로 선별된 이 분들이 5000명 중 최고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분들이라는 데에 더욱 놀라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보수 유일 코드를 벗어나서 널리 인사를 해야 할 이유는 보수 내부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헌법을 포함한 국가 근본제도의 변화 역시 중요하다. 현행 권력구조와 정부 형태는 ‘선거의 승자’가 집권 이후 ‘정책 집행과 업적의 승자’가 되기 어렵다. 왜 88년 이후 ‘모든 전임 민선 대통령들’이 집권과정이나 집권 이후, 자신의 임기 연장은 전연 불가능한데도, 헌법 개정을 적극 고려하였는지 숙고해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대해서만 논의해 왔다. 그러나 ‘정치제도의 사회경제적 효과’는 거의 논의해 오지 않았다. 현행 정치제도 지형으로는 선진화를 위한 사회경제개혁의 성공은 어렵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끝으로 리더십과 대통령 차원이다. 단재 신채호는 이순신의 무비의 성공요인을 언급하며 인재 등용, 지략을 넘어 무엇보다 이순신 자신의 나라를 위한 목숨 건 결단과 결의와 솔선수범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이 결여되어 있다면 앞의 것들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제 삶의 최고 최후의 봉사 자리에 선 이명박 대통령은, 링컨이 매일 새벽 무릎 꿇어 그리하였듯, 결정과 행동의 ‘모든 순간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어떻게 공동체와 국민을 위한 섬김과 헌신을 다할 것인지를 다짐 또 다짐하여야 할 것이다. 5년 후의 축복을 기대하며.박명림/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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