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2.28 21:36 수정 : 2008.02.28 22:04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세상읽기

졸업과 입학 철이다. 새로운 학기 새로운 봄이 시작되고 많은 이들의 환경도 바뀐다. 새 환경에 잘 적응하려, 더 나은 성과를 내고자, 사람들은 새롭게 목표를 세운다. 이때 택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성공 접근’ 방식으로 ‘이걸 꼭 해야지’라고 적극적으로 성공하는 방법을 찾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실패 회피’ 방식으로 모든 것을 ‘실패하지 말자’란 틀 안에서 생각·행동하는 방식이다. ‘이러이러한 것은 하지 말자, 피하자!’는 식은 전형적인 실패 회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두 유형 사람들의 수행을 실제로 비교해 본 결과 ‘실패 회피’형이 ‘성공 접근’형보다 목표 달성을 끝까지 하지도 못하고, 더 불안해하며 두통이나 복통 등 신체적 증상을 더 많이 보고하였다. ‘잘못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렇게는 돼선 안 되지’, 또 ‘적어도 손해는 입지 말아야지’ 식의 ‘실패 회피’ 유형이 더 안전하고 위험 부담이 적을 것 같은데, 오히려 성공 확률도 더 낮고, 스트레스도 훨씬 더 많이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성공 접근’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명확하고 단순한 반면, ‘실패 회피’의 ‘하지 말아야 할 일’이란 늘 더 많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공을 상상하면서 이에 적합한 행동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은 즐겁지만, 회피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부정적 시각만을 가지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부정적 감정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또 위험이나 위협이 되는 일에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실패에도 쉽게 무너지게 된다. 더구나 회피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활동은, 생각하지 않거나 행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도리어 반동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한 심리학 실험에서 ‘흰곰’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아무 것이나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게 하는데 곰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면 종을 울리도록 하였다. 그 결과 역설적이게도 억제 집단이 비억제 집단보다 흰곰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이처럼 어떤 대상을 회피하려는 목표가 정해지면 오히려 그 대상에 대한 생각이나 행동이 더 자주 나타나게 된다. 먹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음식일수록,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행동일수록 오히려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물건 관련 목표와 활동 관련 목표 중 활동 관련 목표가 달성 후에 오는 성취의 기쁨이 더 지속적이다. 원하던 물건을 사거나 더 큰 평수로 이사할 때처럼 원하는 대상을 얻게 될 때도 분명히 기쁨은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 뒤따르게 되어 사람들은 그것에 빨리 적응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쁨을 주던 것들이 시간이 갈수록 그다지 기쁘지 않고, 더 많은 것 더 색다른 것을 찾게 된다. 반면 활동 자체가 목표가 될 때,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기쁨은 좀처럼 쾌락 적응이 일어나지 않아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규칙적으로 자원봉사 하기’ 혹은 ‘악기를 익히기 위해 일정 기간 연습하기’ 등의 활동 관련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기쁨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활동을 통해 매순간 끊임없이 경험하게 되는 새롭고 다채로운 도전은, 물질과 달리 쉽게 싫증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다시 봄이 시작된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실패 회피’ 방식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성공 접근’ 방식으로 목표를 세워 보자. 이때 구체적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이 봄이 좀더 희망차게 느껴질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