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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9 22:12 수정 : 2008.03.10 10:34

홍은택/NHN 이사

세상읽기

최근 미국 증시의 화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인수전과 구글 주가의 하락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야후를 인수하려 하고 야후는 타임워너와 뉴스 코퍼레이션 등 외부의 도움으로 인수를 회피하려고 하면서 다양한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다. 어쨌든 구글 이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었던 야후는 적대적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자 하루아침에 시장의 파도에 흔들리는 기업이 돼버렸다.

구글도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주당 741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시작된 구글의 추락세는 인수전 보도 이후 가속이 붙었다. 지금은 주당 430달러 안팎이다. 물론 구글 주가 하락에는 더 큰 요인이 있다. 1월 인터넷 검색광고 클릭률의 하락이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의 발표에 따르면, 1월 구글에서 이용자들이 인터넷 검색광고를 클릭한 숫자가 그 전달에 비해 7% 떨어졌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회사들은 검색광고를 클릭한 실적으로 돈을 번다. 구글의 경우 이용자들이 검색창에 입력한 검색어의 숫자는 그 전달보다 9%나 늘었다. 검색어당 광고 클릭률은 16%나 감소한 셈이다.

이것은 경기의 영향이라고 보기에는 비정상적인 하락이다. 실제 원인은 구글 쪽이 검색 품질을 높이기 위해 광고 노출을 제한한 데 있는 것 같다. 검색광고의 품질이 높아지면 클릭률이 낮아도 광고 단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지가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검색광고 클릭률의 하락만 눈에 들어오는지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흥미로운 건 구글의 태도다.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움직임이 없다. 공식 블로그가 있지만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그 데이터를 발표했던 컴스코어가 나서서 영업부진과는 무관한 것 같다는 내용의 블로그를 게재했을까.

구글은 2004년 기업 공개를 할 때 분기별 실적 전망치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망치 발표는 상장기업이라면 다 하는 일이다. 투자자들에게 경영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발목을 잡는 측면도 없지 않다. 분기별 실적 전망치를 초과해야 주가를 유지하거나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기업을 분기 단위로 경영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구글은 기업 공개 당시 발표한 ‘구글 주주를 위한 지침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경영진이 계속 단기 목표에 급급해 회사를 운영하는 행동은 30분마다 몸무게를 재는 식이요법만큼 의미가 없다.”

이런 태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적대적 인수합병 할 거면 야후 대신 차라리 구글을 인수해 버리지?’ 하는 의문에 대한 답과 관련돼 있다. 결론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의 경영권을 가져올 수 없다. 구글의 창업자들은 보통주 한 주당 10배의 투표권이 있는 주식(common stock B)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이 주식을 갖고 있는 한 이사회의 의결권을 지킬 수 있다.


구글이 일견 태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게 바로 주가 하락이 경영권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안전장치가 없는 야후가 지난해 6천여억원대의 순익을 내면서도 인수합병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반대로 일반투자자의 처지에서 보면 인수합병 때 주식 가치가 상승하는데 그 가능성이 봉쇄된 구글의 주식이 덜 매력적일 수 있다. 그래서 최근 구글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장은 불합리해 보이면서 동시에 합리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는 창업자의 기업지배권이 보장되는 구글과 같은 방식으로 상장할 수 없게 돼 있다. 건강하지 않았던 한국적 기업문화의 반작용인 탓도 있고 특정한 개인에게 소유가 집중되는 데 따른 거부감도 섞여 있는 듯하다. 기업문화의 국가적 차이도 읽힌다.

홍은택/NHN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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