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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04 20:19 수정 : 2008.05.05 10:28

김영환/한국인권재단 감사

세상읽기

지난주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주최로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 4(학생의 인권보장)를 기념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2007년 12월14일 신설된 이 규정은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학생의 인권이 명시된 핵심 국제인권조약은 아동권리협약이다. 아동권리협약은 198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는 1991년 이 협약의 당사국이 되었다. 아동권리협약의 당사국들은 협약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가에 관하여 아동권리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한다. 아동권리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검토하고 협약의 각 조항들을 완전히 이행하는 데 필요한 조처들을 제안한다.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지금까지 두 번의 제안을 하였다. 두 번째 제안의 내용 중에는 최초 제안에 포함되었으나 이행이 되지 않아 다시 포함된 사항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교육의 목표와 관련된 것이다.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의 교육체계가 아동권리협약 제29조에 규정된 교육의 목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음에 대해 우려한다. 교육체계의 높은 경쟁적 성격은 아동의 능력과 재능이 계발되는 것을 제한하고 아동이 자유 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삶을 영위하도록 준비하는 것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최초 제안 중)

‘최초 제안’에서 언급한 아동권리협약 제29조는 “아동의 인격, 재능 및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최대한의 계발”을 하고 “아동이 인종적·민족적·종교적 집단 및 원주민 등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해, 평화, 관용, 성의 평등 및 우정의 정신에 입각하여 자유 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삶을 영위하는 것을 준비”하도록 아동교육의 목표를 주문하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의 명문대 입학을 준비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국가적 강박관념 같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한국에 대한 이러한 인상은 기러기 아빠 현상이 우리나라 교육의 중심 문제라는 어떤 교회의 일부 신도들의 인식만큼이나 교류의 협애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미국의” 라는 말만 빼면 한국 교육체계의 높은 경쟁적 성격을 정확히 지적한 말이다.

이러한 입시경쟁의 가까운 원인은 학부모에게 있다. 학부모들은 ‘학력 등급’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를 겪어온 사람들이다. 그런 학부모들 눈에는 자녀들이 입시경쟁에 적극 뛰어드는 것이 자녀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입시경쟁은 최초에는 강요의 성격이 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일어난다. 이 적응은 등수에 대한 강박관념을 제외하고는 학생의 내면을 비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 ‘학력 등급’이 그들의 내면을 지배하고 사회를 흠뻑 적신다. 이제 그들이 자녀들에게 자신들이 받은 것과 똑같은 것을 강요한다. 한국 교육체계의 높은 경쟁성은 결과가 원인이 되어 결과를 더 강화하는 되먹임 현상이다.


시민단체들은 경쟁성 완화를 위해 ‘국립대학 통합전형’ 등의 대안을 제시한다. 어린이날 아침, 만 18살이 되지 않아 아직은 ‘아동’인 딸아이에게 이야기한다. “소리와 공간, 너의 몸, 다른 사람, 너의 기분, 자연, 이런 것들에 대한 감수성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 어른이 되었을 때 가장 슬픈 것은 감수성이 계발되지 못해 행복할 능력이 상실되었다는 거야. 또 그런 감수성이 없으면 학문을 해도 큰 학문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종종 책에서 눈을 떼고 온 세상을 향해 너 자신을 열어 보렴.”

김영환/한국인권재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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