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환 한국인권재단 감사
|
세상읽기
가구를 소득 수준 순서대로 일렬로 배열해 보자. 중간 위치에 있는 가구의 50% 미만 소득을 얻는 가구를 빈곤가구라고 하자.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해인 2002년에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백 가구 중 아홉 가구가 빈곤가구였다. 2006년에 빈곤가구는 열네 가구로 증가하였다. 불과 4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참여정부 시기에 빈곤화가 심각해졌다고 해서 빈곤화가 참여정부 탓인가? 빈곤화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발생한 현상이며 참여정부에 주된 책임을 지울 일이 아니다. 물론 빈곤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역할을 다했는지 따질 수는 있지만, 이는 ‘비전 2030’조차 폐기해 버린 집단이 할 지적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지난해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를 지배한 참여정부 심판론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때 동의할 수 없었던 또 한 가지는 이명박 후보가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가치관이나 일을 하는 방법이 바뀌지 않는다. 자신이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말하는 것은 변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변화의 압박에 직면하여 그 불안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개성 강한 존재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21세기 한국 사회에 ‘60∼80년대 건설회사 리더십’이 적용될 경우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불행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데 선거는 참여정부 심판론에 기반한 ‘60~80년대 건설회사 리더십’의 승리로 끝났다. 사제단은 “대다수 국민은 그의 궤적을 잘 알면서도 혹시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 대선의 결과를 빚어냈다”고 했지만, 궤적만 알고 경제문제 해결에 방해만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참담한 심정에 대처하는 데 미국 예일대 레이 페어 교수의 한 논문이 도움이 되었다. 페어 교수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와 공화당 후보가 각각 52%와 48%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30년 전에 미국 대통령 선거의 정당별 득표율을 예측하는 모형을 제시했고, 이후 수차례에 걸쳐 이 모형을 개선했다. 가장 최근의 모형은 여섯 가지 항목을 이용하여 예측한다. △현 집권당 여부 △현 대통령의 재출마 여부 △현 집권당의 연속 집권 횟수 △선거해 처음 세 분기 동안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현 행정부의 처음 열다섯 분기의 물가상승률 △현 행정부의 처음 열다섯 분기 가운데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연으로 환산하여 3.2%를 넘은 분기의 수 등이다. 레이 페어 모형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과거 몇 년 동안 경제상황이 좋았다고 느끼면 집권당에 표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당에 표를 주며, 앞으로 대통령이 될 후보자의 가치관이나 능력은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참여정부 시기에 사람들은 경제상황이 나쁘다고 느꼈다. 그것이 참여정부 탓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여하튼 참여정부의 계승자는 안 된다. 후보자의 가치관이 좋으냐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사람들이 진짜 믿었다기보다 찍을 명분을 스스로 조작해 낸 것이다. 선거란 그런 거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해서 참담한 심정을 다스렸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후 전개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애써 찾은 마음의 평안은 다시 깨졌다. 7월30일은 ‘교육 대통령’이라는 서울시 교육감을 뽑는 날이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에게 부지런히 전화하여 이런 참담함을 다시는 느끼지 않도록 해야겠다.김영환 한국인권재단 감사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