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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2 19:38 수정 : 2008.07.22 21:43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세상읽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쓴 ‘세상읽기’에 대해 수차 추가설명을 요청받았으나 응하지 못했다. 정부가 즉각 업적으로 응답해 주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말하자(3월19일) ‘출범 한 달도 안 된 정부가 무슨 위기냐’는 격한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곧 ‘어찌 그리 일찍 본질을 알았느냐’는 쑥스러운 격려로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진실로 걱정스러운 것은 국제관계”(4월30일)라며 대안을 논의하자, “파탄난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있는데 무슨 얘기냐”고 되물었다. 정부는 곧 이 항의도 틀렸다고 증명해 주었다. ‘고시 이후의 서명’ 압박, 부시 방문 연기, 일방적 방문 발표, ‘남북’ 단절과 ‘북-미’ 진척의 병행이 연속되자 외려 “한-미 동맹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한-일, 남북, 한-중 관계까지 전방위로 악화되고, 끝내 미국의 한국 영토문제 동요(독도 표기 전환 시도)까지 있자 ‘최악의 반미구도’(6월11일)를 심층 분석해 달란다.

집권 100일 만에 정부가 국내-국제 기반을 모두 상실하는 ‘표류 정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지지는 언급 불능이고, 국제관계는 ‘모든’ 핵심 상대와의 기본신뢰부터 흔들린다. 내부 지지 결여와 국제관계 동요 속에 국가 발전이 가능한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앞선 정부에 대한 좌파(국내)-친북(남북)-반미(국제) 낙인이 요체다. 첫째, 사회경제 문제의 ‘좌파’ 규정이다. 사회비용, 빈곤, 교육지출, 정부재정, 조세체계, 노동시간, 비정규직, 양극화… 모든 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 또는 평균 2분의 1 ~ 3분의 1에 해당하는 가장 우파 국가를 좌파로 규정하며 급진적 탈공공화를 밀어붙이면 국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시장인가, 광장인가, 해외인가? 건국헌법, 이승만-박정희의 평등주의 혜안이 한국 기적과 민주주의의 초석임을 상기하자.

둘째, ‘친북’ 규정이다. 반드시 서독 콜 정부, 미-중 관계, 최근 양안관계를 깊이 공부하라.(4월30일) 1973년 2월 비밀대화에서 마오쩌둥은 키신저에게 “반소 국제연합전선을 위해 미국·일본·중국·이란·유럽에 걸친 협력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며 충격적인 반소-친미 연대를 제안한다. 더 큰 교훈은 내부 노력으로서 미-중 적대 개선에 대한 강경파의 저항에 대해, 국익을 위해 “나는 미제·일본·서독·영국과 같은 악과도 타협하는 사람”이라고 결론짓는다. 콜 사례처럼 적대국가에 대한 보수정부의 온건-진보정책은 국내 보수의 저항 부재와 진보의 지지, 상대의 수용(온건정책이라서), 동맹의 의심 부재(보수정부라서)로 성공 가능성이 훨씬 크다.

셋째는 ‘반미’ 규정과 한-미 동맹 복원 추구이다. ‘동맹 복원’은 전쟁, 외교관계 단절, 동맹 해체에나 가능한, 정상적 국가관계에선 결코 사용해선 안 된다. 그러나 정부가 대선 정치공세가 아니라 출범 후에도 동맹 ‘복원’을 외치자 미국이 되레 의아해했다. 또 이승만-박정희가 한-미 동맹 약화나 한국 문제에 대한 일본의 개입을 우려해 전면 거부했던 ‘한-미-일 동맹’마저 언급하자 일본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둘 모두 국제관계나 한국 문제에 대한 황당한 무지의 산물이었다.

강경 반북 기조에서 전면적 대화 제의로, 지원 수락 호소에서 관계 단절 감수로, 한-미 동맹 복원 규정에서 한-미 신뢰 악화로, 한-미-일 동맹 추구에서 한-일 관계 파국 각오로 …. 극도의 이념주의와 무지로 인한 극단의 요동으로는 국가행위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가발전은 더욱 불가능하다.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은 각자의 준비와 내공에 대해 엄히 묻기를 바란다. ‘표류 정부’를 넘어 대한민국과 국민마저 ‘표류 국가’로 끌고 가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이다. 국정 준비를 위한 기초를 다시 공부하길 간곡히 호소드린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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