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8.24 21:50 수정 : 2008.08.24 21:50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세상읽기

동맹 질서는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의 대결을 의미하는 냉전시대 국제질서의 상징이었다. 1990년대 이후 세계는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냉전의 붕괴로 거대한 정세변화를 맞이했으며,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동맹 질서가 이완되고 대신에 다자간 협력과 지역협력 질서가 강화되어 왔다.

동북아도 정세변화의 예외지역이 아니었다. 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시장경제체제 전환, 북한-러시아의 동맹관계 해체, 북한-중국 관계의 혈맹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로의 실질적인 전환 등 사회주의권에서 거대한 정세변동이 있었다. 동시에 중국은 세계에서 미국에 가장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되었으며, 한국한테는 과거 적성국이었던 중국이 경제적·사회적 교류 측면에서 최대 파트너로 등장하였다. 오늘날 동북아는 세계 인구의 24%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1%가 집중되어 있고, 세계 어느 곳보다도 경제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국가간 상호투자와 교역, 인적 교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런 급격한 정세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협력질서를 만들어내는 데 동북아는 어느 지역보다도 속도가 더디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정세변화는 옛 ‘남방 진영’인 한·미·일에도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으나, 기존의 동맹구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갈등과 배제를 특징으로 하는 동맹 질서를 가지고는 동북아의 역내 경제적 유기성과 인적 교류를 뒷받침하여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평화와 안정을 도모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동맹구조를 넘어서서 중국·러시아를 포섭하는 새로운 통합과 협력을 지향하는 다자협력 질서가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동북아에서는 역내 국가들이 다자협력 질서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간 활발한 협력과 교류에도 불구하고 공동번영과 경제통합을 향한 노력은 다른 지역들보다 현저히 뒤떨어진다. 일부 역내 국가들 사이의 적대관계 지속, 패권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의 발흥과 같은 정치안보적 갈등 요소들도 적절하게 해소되거나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2·13 합의를 통해 6자 회담에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에 대한 의지가 표명된 상황이므로, 이에 기초하여 다자협력 질서를 향한 당사국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동북아 다자협력의 필요성이 커감에 따라, 한국 외교안보의 전략적 과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외교안보의 목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통해 국민의 안녕과 발전을 기약하고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가는 데 있다. 그동안 이 목표를 실현하는 데 한-미 동맹이 중요한 구실을 수행해 왔다. 한-미 관계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기본가치로 공유하는 공고한 동맹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열강들의 패권과 갈등의 무대였던 고난에 찬 우리 역사를 돌이켜볼 때, 역내에서 영토적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 미국과 동맹을 맺는 것은 중요한 전략적 이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는 우리가 동맹관계와 더불어 다자간 안보협력 질서의 구축에도 힘써야 우리의 목표와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동북아는 평화번영의 동북아이며, 공동안보가 실현되는 동북아이다. 따라서 한국의 전략상 동북아 평화번영은 한반도 평화번영의 확대된 이미지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동북아 다자협력의 구축은 곧 한국의 중대한 국가이익이 된다. 바로 이 국가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의 외교안보는 일방적인 동맹구조를 넘어서서 한-미 동맹과 다자협력을 조화롭게 유기적으로 운용하는 ‘다자협력 지향의 동맹’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