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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6 20:16 수정 : 2008.10.26 20:16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세상읽기

미국에 갓 도착한 두 달 전만 해도 이곳 전문가들 상당수가 대통령 후보인 공화당의 메케인과 민주당의 오바마를 두고 한반도 정책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북핵문제에는 둘 다 엄격하며, 매케인이 당선되더라도 부시 행정부 시절 중반까지 미국 외교안보를 장악했던 네오콘보다 유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후보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두 사람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드러났다. 외교의 기본에 해당하는 대화의 형식을 두고 연거푸 치열한 논전을 벌이는 것을 보고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세상이 좀더 편안해질 수도 있고, 여전히 불안한 슈퍼파워의 좌충우돌로 뒤숭숭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바마는 위험한 상대방과의 문제해결을 위해 “전제조건” 없는 직접대화를 지지한다. 그래서 이란이나 북한을 믿어서가 아니라 믿지 않기 때문에 대화하고 끌어들여야 한다고 본다. 반면에 매케인은 토론 때마다 거의 비아냥조로 이를 비판한다. 그는 이란이나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들과의 대화는 그들의 “불법적 행동”을 정당화시켜 줄 수 있는 위험한 외교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전제조건”을 내걸며 직접대화의 문을 닫아버려 일을 그르친 사례로 북핵문제를 들며, 부시 행정부 시절 대화를 단절하고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시도가 사실상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는 북한의 노력만 가속시켰다고 다시 비판한다. 그래서 북한과 대화를 단절하고 그들을 악의 축의 일원으로 넣으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4배 증가시켰으며, 핵실험을 막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보는 눈도 서로 판이하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가 180도 정책전환을 통해 만들어낸 2·13 합의를 부시 행정부의 ‘개과천선’으로 본다. 따라서 10월11일 발표된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관련 북-미 합의에 대해 “적절한 진전”이라며 환영한다. 그러나 매케인은 북한의 비핵화 공약 준수를 촉구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다. 그는 거꾸로 2·13 합의 이전까지 고수했던 부시 행정부의 강경정책에 더 미련이 있어 보인다. 매케인 진영은 그가 당선되면 네오콘이 즐겨 쓰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를 핵심 원칙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공언한다. 지금 부시의 포용정책이 못마땅한 것이다. 게다가 현재 부시 행정부는 오직 북한 비핵화 정책에 몰두해 있다고 비판하며, 인권 문제, 불법거래 문제, 정치·경제 개혁 등을 거론할 태세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나? 매케인이 당선되면 이명박 정부와 정서상 공감대가 있어서, 조금 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 선거의 대세는 오바마다.

오바마의 당선은 보수적인 외교노선과 대북정책을 펴온 이명박 정부에 도전 요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질’이 다른 사람이 당선됐다고 해서 실망하기보다는 이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합리적인 대안만 마련할 수 있다면 ‘부시 행정부가 세계 도처에서 동맹들과 긴장을 조성하고 분열시켰다’고 보는 오바마 신정부와 손잡고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조율해 나갈 수도 있다. 어쩌면 한반도 운명을 우리가 주도해서 끌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악화와 대외 영향력의 감소로 6자 회담 회의장 한구석에서 기웃거리는 처지가 된 한국 정부로서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하려면 지금이라도 이념적 아집을 버리고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대담한 결단과 호혜적이며 균형있는 한-미 관계의 비전을 선제적으로 만드는 실용적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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