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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5 21:06 수정 : 2008.11.25 21:06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세상읽기

이번 미국 대선은 하나의 혁명이었다. 그것은 큰 인류사적 의미를 지닌다. 영국의 양심으로 불린 윌리엄 윌버포스의 노력으로 영국의회에서 노예해방법이 통과된 1833년 이후 175년 만에 세계 주요 나라에서, 그것도 세계 최강 제국에서 세계 최초로 흑인에 혼혈에 마이너리티 출신 최고 지도자가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1776년 독립선언 채택으로 미국 혁명과 건국이 성공한, 그리하여 첫 국민국가가 탄생한 때부터 따지면 이 혁명은 무려 232년이 걸린 셈이다. 꼭 필요하나 참 오래 걸린 혁명이었다. 자유와 해방, 인권과 평등을 향한 인류의 기나긴 여정이 마침내 굵은 한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다.

또한 그것은, 미국 국내 정치 행사였음에도, 케냐와 인도네시아와 시카고와 중·남미가 밤늦도록 함께 박수치는 하나의 지구촌적 초미국적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었다. 우리 인류 가족에겐 함께 기뻐할 이런 일들이 더 자주 있어야 한다. 오래도록 미국 사회는 인류에게 꿈과 희망과 진보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세계화 이후 미국적 가치는 외려 빠르게 상대화되며 인류를 향한 보편과 표준으로서 위치를 상실하고 있다. 자유와 인권, 평등과 복지, 대화와 공존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서 미국은 유럽 및 동아시아와 경쟁 관계에 들어가거나 적지 않은 부분에서는 밀렸다. 미국적 이상과 가치는 유럽적, 동아시아적 가치들로부터 거세게 도전받았다. 특히 일부 미국인들이 ‘재앙의 8년’ ‘부시 재앙’-인류 마음에서 미국의 고립, 월가 붕괴와 경제위기, 종교의 정치화, 공화당의 몰락-이라 이르는 시기에 미국의 이상·가치는 쇠락과 자폐의 길을 걷고 있었다.

워싱턴과 케냐와 유럽이 함께 안도했던 것은 이런 이중 의미, 곧 미국적 이상과 가치의 회복 및 인류 보편가치의 소생이란 의미를 갖는다. 그리하여 정치혁명으로서 오바마 당선이 이제 미국과 세계 모든 곳의 흑인과 히스패닉과 마이너리티들과 하층그룹의 꿈과 삶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인류 혁명·인간 혁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대선 최종 주자 넷 중 절반이 여성과 흑인이었고, 민주당의 최종 경선 후보는 아예 흑인과 여성이었다. 무엇보다도 백인의 43%가 오바마를 찍었다. 이번 혁명에서 정당의 무력과 위축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자발성과 헌신성을 갖는 150만의 풀뿌리가 늙은 정당조직을 대체했고, 신선한 정책은 정당이 아닌 두뇌집단(싱크탱크)에서 나왔다. 그리하여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공화당에 대한 승리가 아니라, 풀뿌리-두뇌집단-오바마 3각 네트워크의 정당(공화당)에 대한 승리인 것이다.

개인적 고난과 사회적 비전으로 단련된 오바마는 잘 준비된 상품이었다. 경제위기가 왔을지라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는 결코 선택받을 수 없었다. 결정적 순간이 왔을 때 그의 준비는 역사 앞으로 불려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한 사람의 준비는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준비가 비르투(능력)라면, 불려나오는 것은 포르투나(운명)이다. 오바마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서로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여 있는 링컨·간디·마틴 루서 킹이었다. 공교롭게도 강의실에서 늘 강조하는 3인이다. 이들 삶은 공적 헌신과 낮은 자에 대한 희생으로 압축된다. 링컨은, “하느님께서 언젠가는 내게도 기회를 주실 것”이라며 항상 연마하였다. 전자(기회 신뢰)가 비전이라면, 후자(자기 연마)는 준비를 말한다. 젊은이들은, 언젠가는 올 기회를 위한 준비를 결코 게을리하지 말자. 그리고 우리 사회는 많은 오바마들이 나와 나라·사회·인류의 숱한 문제들에 대해 신선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도록 그들을 준비시키자. 그리하여 그들의 준비가 우리와 세계의 많은 영혼과 사회를 바꿀 또다른 혁명을 잉태하는 오바마가 되도록 길러내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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