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2.17 20:50 수정 : 2009.02.17 20:50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세상읽기

향후 4년을 함께 보낼 이명박-오바마 조합이 주조할 북핵문제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해 너무 중요하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이중 시그널로 인해 북핵문제와 한-미 관계는 우리의 심층혜안을 요구하고 있다. 외견상 이명박-오바마 조합은 김영삼-클린턴 조합과 같은 유형으로 다가온다. 당시 남북관계 단절로 인해 북핵문제 해결에서 남한은 배제되고 북-미 직접대화를 통해 제네바 기본합의가 체결되며 남한은 사후 경제지원만 부담하였다. 그러나 이명박-오바마 조합은 훨씬 복잡하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주장하는 오바마 정부에 비추어 재협상 불가를 고수할 경우 경제 역시 한-미 충돌은 불가피하다. 표면의 한-미 동맹 복원 담론과는 달리 안보와 경제 양대 의제는 지금 심히 내연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미국이 최근 ‘북핵폐기’ 단일전략이 아니라 ‘북핵폐기-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핵인정-북미 관계 현상유지’의 이중카드를 적극 노출한 점은 특히 문제다. 최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국가정보위원회, 리언 퍼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등 군·정보·국방 고위 기관과 책임자의 일련의 보고·발언은 ‘북한 핵무기 개발’ ‘북핵국가’ 인정의 추세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포함한 정치·외교 인사들은 북핵폐기 원칙과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마치 외교와 안보 영역의 역할 분담 내지 관료 갈등처럼 보인다. 어쩌면 미국 군과 정보 파트는 네오콘의 몰락상태에서 군수산업 진흥, 대한·대일 무기 수출, 미사일 방어 계획 추진 등을 다층적으로 고려하여 북핵인정 카드라는 역설적 강수를 선택했는지 모른다.

미국의 북핵 이중카드에 직면해 한국 앞에는 네 가지 길이 있다. 첫째, 북핵을 인정하고 자체 핵개발이나 미국 핵우산의 강화, 첨단 무기 구매를 통한 북한과의 핵 공존을 추구한다. 한반도·동북아 평화에 치명적 결과를 안겨주게 되며, 이명박 정부는 역사에 북핵을 공식 수용한 정부로 남게 된다. 둘째, 한-미 갈등을 불사하며 북핵폐기를 위한 단독해법을 추구한다. 그러한 대미·대북 단호조처를 행사할 의지·능력·수단이 있는가? 셋째, 남북 관계 단절을 고수하는 가운데 미국한테 맡겨 놓고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한 북핵 논의를 바라보며 후속 조처와 부담을 감수한다. 남북 관계의 악화로 북핵문제가 북-미 주도에 의해 해결되더라도 남한은 북핵 해결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셋 중 어느 길을 택하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이니셔티브는 취할 수 없다. 넷째는 남북 관계, 한-미 관계, 다자접근(6자 회담)을 결합하여 복합 이니셔티브를 통한 북핵폐기를 추구한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중단되면 이 길은 작동 불가능하다.

미국의 북핵 복합 시그널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요구에서 보듯 한-미 동맹 강화 구호와 친미 이념만으로 동맹과 국익은 결코 확보되지 않는다. 특히 북한문제에서 북-미 관계 진전에도 남북 관계가 계속 악화할 경우 한국은 발언권과 국익을 점차 상실할 것이다. 그것은 김영삼 시기에 보았듯 한-미 동맹이 견고하더라도 그러하다. 즉 이명박 정부가 남북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는 북핵폐기와 한국 국익, 즉 실용을 위해서다. 적대 상대와의 관계형성·관여·포용을 통한 발언·영향 없이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저변의 거대 흐름과 그것이 끼칠 북핵·한반도문제·한-미 관계의 격변과 한반도 평화에의 치명성을 알고 있을까? 국가 이익과 한반도 평화와 국제규범을 균형있게 고려한 가운데 특별한 경각심과 예리한 분석력으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길 소망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