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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1 18:54 수정 : 2009.03.11 19:40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세상읽기

‘진알시와 언소주를 들어보셨나요?’

아침 출근길에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무료로 건네받은 적이 있다면, 공정치 못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한 구독거부 운동에 대해 들어본 경험이 있다면, 이미 진알시와 언소주를 들어봤을 확률이 높다. 진알시는 ‘진실을 알리는 시민’, 언소주는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이라는 시민단체의 줄임말이자 애칭이다. 이들은 올바른 언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시민들이자 이러한 깨달음을 다른 시민들과도 공유하려는 선지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활동이 갖는 의미와 필요성은 최근 들어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결국 서민과 중산층을 포함한 대다수 국민들의 ‘생존’과 이어진다.

<연합뉴스>의 시골의사 박경철씨 강연내용 왜곡 보도와 최근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와 기획재정부와의 논쟁, 이동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의 이임사 내용 등에서 보듯 우리 국민들이 진실을 알기란 쉽지 않다. 신영철 대법관 사건은 법조계 내부의 용기 있는 자성의 목소리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하였으나 이러한 자기반성의 목소리조차 <조선일보>에 의해 그저 성향이 다른 세력들의 사법부 공격으로 오도되었다. 동아일보사는 미네르바 사건에 대하여 일간지와 월간지가 전혀 상반되는 기사를 싣는 난센스를 벌이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사설로 주장한 사실을 <신동아>가 뒤집었다가, 나중에 이를 다시 번복하고 오보에 대해 사죄하였지만 아직 그 내막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이 보수신문들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지난해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조선일보 ‘신뢰도’는 4위(17.8%), <중앙일보> 6위(10.7%), 동아일보는 7위(10.1%)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는 한겨레가 1위(28.7%), <한국방송>(KBS) 2위(27.0%), <문화방송>(MBC) 3위(23.6%), 경향신문이 5위(16.9%)를 차지했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력’에서는 그 판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방송이 1위(59.7%), 조선일보 2위(49.9%), 문화방송 3위(45.2%), 동아일보 6위(14.4%,) 중앙일보 7위(14.2%), 한겨레 8위(14.0%) 등의 순이었다. 신뢰도 1위 한겨레의 영향력은 8위에 불과하며, 경향신문은 10위에도 들지 못했다. 즉, 신뢰 높은 신문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고, 신뢰받지 못하는 신문이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불일치는 결국 우리 국민들이 특정의 이익을 위해 걸러지고 가공된 정보의 홍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진실을 알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만약에 이명박 정권 의도대로 방송이 보수신문들에게 장악되면 이러한 불일치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 결과 오도된 정보를 믿고 증권투자나 부동산 매매 등의 경제활동을 하다 희생양이 되거나, 선거에서 자신에게 불이익을 줄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방송법과 관련해 100일간 사회적 논의를 마친 후 표결 처리하기로 국회에서 합의하였지만 그동안 한나라당의 추진 행적을 보면 그 결과는 뻔히 예상된다. 따라서 ‘진알시’와 ‘언소주’ 같은 자발적 시민단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사회적 처지와 상관없이 보수언론의 일방적 주장에 세뇌되어 있는 사람들이 흔하다. 이들을 하나하나 깨우치는 데는 언론 종사자가 아닌 독립적이고 양식 있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한 교포는 ‘진알시’에 2억원을 기부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진정 진실된 언론을 원하고 있는가?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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