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3.30 21:55 수정 : 2009.03.30 21:55

구인회/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상읽기

1000만 아동 중 100만이 굶주리는 시대가 코밑에 다가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8년 29만명이던 급식 대상 아동이 2009년에는 45만명이 넘는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68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결식아동 발굴에서 한발 앞서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급식아동 규모는 복지부 수치보다 30만명 이상 많았다는 점까지 상기한다면, 우리나라 결식아동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상황은 긴박하지만, 우리 정부의 아동급식사업에는 빈틈이 너무 크다. 그간 급식 사업의 구심 역할을 해온 지역아동센터에서조차 급식 없이 방치된 빈곤 아동들이 적지 않다. 가난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급식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아동센터가 늘고 있다고도 한다.

2만달러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한국 사회의 아동 결식 문제에는 2005년 시작된 복지사업의 지방 이양이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중앙정부가 국고지원으로 추진하던 아동급식사업 등 많은 복지사업들이 이때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넘어갔다. 이양된 복지사업의 재원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분권교부세에서 충당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지방 자율을 표방하며 추진된 복지분권화 이후, 지자체의 재정 부담은 점점 커졌고 복지사업 운영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아동급식사업의 재정적 어려움은, 여론에서 결식아동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정부가 저소득 아동 18만명을 일거에 급식 대상에 추가한 2005년 이후 본격화되었다. 급식 사업의 확대를 추진한 것은 중앙정부였지만, 증가된 재정 부담은 급식 사업 책임을 넘겨받은 지자체의 몫으로 돌아왔다. 지자체들은 자체 부담을 늘려 모자란 급식지원비를 충당하였다. 재정 여력이 없는 일부 지자체는 급식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다.

지자체 재정 부담 증가는 노인요양시설 등 생활 시설의 운영 사업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중앙정부는 장기요양보험 실시 등에 맞추어 전국적인 범위에서 시설 확충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생활 시설 운영 사업을 지방의 책임으로 넘겼다. 결국 증가된 시설의 운영비 부담은 지자체 재정 부담의 가중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급증하는 복지 수요로 인해 지방 재정의 부담은 빠른 속도로 늘었지만, 지자체에 대한 중앙의 재정 지원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였다. 지자체가 넘겨받은 복지사업 규모는 매년 18%를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지자체가 받은 분권교부세 지원액은 매년 8.7% 정도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결국 지자체의 복지재정은 해가 갈수록 악화되었고 사업 운영은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향후 복지분권화가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10년에는 분권교부세가 보통교부세로 통합되어 복지사업의 지방 이양이 최종 확정된다. 이제 분권화 이후 심화되고 있는 복지사업의 위기를 벗어날 제도 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다. 개혁의 핵심은 국민의 기초생활 욕구와 관련된 지방 이양 사업들에 대해 중앙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여 이들 사업을 국고사업으로 환원하는 것에 있다. 국고사업으로의 환원은 지방의 재정 부담 완화와 복지사업의 안정적 추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애초 복지분권화가 추진될 당시에는, 과도하게 팽창한 중앙정부의 개입은 줄어들고 지방의 자율성이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간의 과정은 지방분권이 중앙정부가 재정적 책임을 지방에 전가하는 수사에 다름 아닌 것으로 되었음을 보여준다. 지방이 진정한 자율을 회복하는 분권화를 위해서도, 자신이 책임질 것을 회피하지 않는 중앙의 자기 혁신이 절실한 때이다.


구인회/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