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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0 18:43 수정 : 2009.04.10 19:20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세상읽기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로 일본 열도에 ‘북풍’이 거세다. 아소 다로 정권이 기사회생할 조짐을 보이고, 핵무장론과 적기지공격론 등 평화헌법과 전수방위의 원칙을 뛰어넘는 주장들이 거침없이 제기되고 있다. 조만간 일본의 정권 선택이 걸린 총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일본 국민이 어떤 길을 선택하는지는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정세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이 아닌 바람직한 방향을 기대하는 시각에서, 압도적인 ‘미사일 광상곡’의 주선율에 가려진 몇 가지 가능성에 애써 초점을 맞추어 보자.

첫째로 보수 성향이 강한 아소 정권 내에서조차 일본의 과민반응에 대한 우려와 신중론이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일본 국민의 불안감을 배경으로 미사일 요격론이 비등하는 상황에서도 ‘정부 고관’이 요격의 기술적인 성공 가능성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했고, 나카소네 외상도 미사일 요격의 정치적·기술적 어려움을 인정했다. 미사일 방위 시스템의 첫 출동이라는 이번 결정 과정에서는 방위성과 자위대의 적극적인 강경대응론이 두드러졌다. 현재까지 1조엔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 미사일 방위의 정당성을 증명하고, 이를 한층 확대하려는 이해관계가 배경에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미사일 방위의 돌출은 국가 전체의 재원배분에 큰 부담이 되며, 정책이 구체화될수록 이를 둘러싼 갈등도 증폭되기 마련이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이 미사일 방위 구상 자체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일본의 추진론도 적잖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둘째로 이번 사태는 역설적으로 일본이 도입한 미사일 방위 시스템의 실태에 관한 현실적 인식의 계기가 되었다. 심리적 불안감을 배경으로 ‘미사일 요격’ 체제에 일본 국민의 81%가 지지를 했다.(<산케이 신문> 2009년 3월20일치) 그러나 이와 동시에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서 요격 미사일의 사정거리와 방위 범위, 기술적 성공 가능성 등에 큰 한계가 있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다. 예고된 ‘인공위성’ 추진 로켓 하나에도 대응이 쉽지 않은 시스템이 과연 일본 주요 도시를 사정권에 둔 노동 미사일 100~200기의 위협에 대처하는 현실적 수단이 될 수 있는지 하는 당연한 의문이다. 미사일 방위 확대론의 앞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셋째로 정치권과 언론에 팽배한 강경론에 비해 일반 국민의 여론이 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측면이 보인다는 점이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전후해서 일본 민영방송사 <티비에스>(TBS)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강경대응”이 29%, “미사일이면 강경대응, 인공위성이면 냉정한 대처”가 34%,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냉정한 대처”가 35%로 나타났다. 표면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의외로 차분한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주된 관심이 경제회복과 고용문제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 아베 정권 이래의 대북 강경정책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낮은 지지율에 고전하는 아소 정권이 총선거를 앞두고 ‘북풍’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정치적 동기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실제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역사인식과 헌법 개정과 같은 이념적 우경화의 기치를 내세운 아베 정권이 국민의 실제적인 요구와 유리되어 공중분해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미사일 발사’의 여진이 가라앉으면 북-미 관계를 비롯한 ‘외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일본도 정치 외교의 방향 설정을 둘러싸고 중요한 갈림길에 접어들고 있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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