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21 22:43
수정 : 2009.04.21 22:43
|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
세상읽기
최근 공개된 <2009 OECD 통계연보>는 한국 사회 현실과 정부의 바른 역할에 대해 착잡하고도 무거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장과 기업이 경쟁과 창의를 통해 재화를 창출할 때 정부와 국가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나? 그동안 ‘세상읽기’에서 수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언급하였지만 올해처럼 난감한 적은 없었다. 글로벌 표준, 아니 최소 기준에서 볼 때조차 한국 사회에서 정부의 필수 역할이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부 역할은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데도 말이다.
이번 통계들은 ‘분배정부’ ‘좌파정부’ ‘큰 정부’ ‘세금폭탄정부’로 불린 노무현 정부 시기(2006~07년)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끈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글로벌 코리아’,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 우리 정부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몇몇 글로벌 통계를 살펴보자. 사회적 공공지출은 30개 사례 국가 중에 꼴찌이며, 정부 지출에 의한 불평등 개선도 역시 25개 사례 국가 중 꼴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적 공공지출은 오이시디 평균(06년) 20.5%인 데 비해 한국은 6.3%(06년), 6.9%(07년)이다.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지디피 대비 총조세수입은 오이시디 평균 35.9%(06년), 한국은 26.8%(06년), 28.7%(07년)이다. 지디피 대비 소득 자산세는 오이시디 13.0%(06년), 한국 7.9%(06년), 9.1%(07년), 노동비용 대비 근로자 1인당 세부담은 오이시디 37.7%, 한국 18.2%(06년), 19.6%(07년)이다.
이런 수치 차이는 소득 불평등 완화에 관한 정부 역할에 그대로 나타난다. 정부의 (재)분배정책과 역할의 비교평가를 위해 ‘세전소득’과 ‘세후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소득 불평등 개선 지표, 즉 지니계수 개선 효과는 오이시디 국가들이 평균 0.078임에 비해 한국은 고작 0.011이다. 소득 (재)분배 역할에 관한 한 한국 정부는 오이시디 국가 평균의 7분의 1 수준인 것이다. 앞의 사회공공지출, 조세수입과 지니계수 개선 효과를 통합 비교해 보면 한국의 경우 정부에 의한 분배 효과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실질적 소득이전 효과 역시 지극히 유사하다. 세금, 공공부조, 공적지출을 통한 정부에 의한 개별 가계로의 소득이전, 즉 소득 재분배액이 가계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오이시디 평균은 21.4%인 데 반해 한국은 3.6%다. 겨우 6분의 1 수준이다.
끝으로 교육에 관한 통계를 보면, 교육기관에 대한 지출은 지디피 대비 공공부문의 경우 오이시디 5.0% 대 한국 4.3%로 비교적 근접했다. 그러나 주로 사교육비인 민간부문 지출은 0.8% 대 2.9%로 엄청난 차이를 보여, 전체 교육지출에서 차지하는 민간지출 비중은 선진 오이시디 국가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교육부문 역시 정부와 공공부문의 바른 역할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위의 지표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공적 역할 상실에 의해 국민 삶이 곤고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글로벌’ 수치이자 사실들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를 위해 진보-보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념이 아니라 통계를, 주장이 아니라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하여 참담한 ‘꼴찌’나 ‘7분의 1’ ‘6분의 1’이 아니라 최소한 오이시디 평균에라도 버금가는, 정부의 바른 역할을 통해 삶의 질 향상과 참된 글로벌 코리아를 함께 성취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자. 이념논쟁을 넘는 그 대화와 합의야말로 ‘좋은 한국’을 향한 해답이기 때문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