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5.08 19:06 수정 : 2009.05.08 19:06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세상읽기

미국 오바마 정권이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처로 미국 국내에서도 평가 점수가 매우 높다. 각종 조사에서 평균 60%를 웃도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취임 직후부터 부시 정권의 ‘힘의 외교’ 노선과의 결별을 명확히 함으로써 변화된 미국의 모습을 강하게 인상 지었다. 미국이 “악의 축” “불량국가”라는 낙인을 찍었던 이란, 시리아, 쿠바에 잇달아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반미의 선봉장’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도 악수를 했다.

지난 100일 동안 오바마 정권은 산적한 과제에 대해 강도 높은 ‘속도전’을 벌였다. 높은 지지율도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서라기보다 과감하고 민첩한 대응에 대한 기대감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복합적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서 단기간에 대내외 정책 과제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 방법과 사고방식을 잇달아 변화시킨 수완은 놀라울 정도다.

전광석화와 같은 오바마 정권의 대응 가운데 유일하게 뒤처진 분야는 대북 정책이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선언하면서 가지고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해서 미국을 압박하는 북한에 대해 유효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방관하는 듯한 모습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북한 문제 담당 특별대표가 중국을 들러 어제 서울에 왔다. 조만간 표면화될 북-미 교섭을 포함한 다양한 외교의 향방을 점치기 위해서도 오바마의 대북 정책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첫째로는 이제까지 많이 지적되어 온 대로 정책의 우선순위 문제다. 경제위기의 대응이 최우선 과제인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으며, 대외 정책에서도 아프간과 이라크, 중동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난달 23일에야 겨우 커트 캠벨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국무차관보의 임명이 발표되었다. 지난 조지 부시 정권 때 제임스 켈리 차관보가 정권 출범 한 달도 못 돼 임명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둘째로 대북 정책의 전반적 재검토 작업에 일정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부시 정권 때에도 대북 정책의 윤곽이 발표된 것은 정권 출범 이후 4개월 반이 경과된 6월 초였다. 오바마 정권의 경우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그 정책 검토는 좀더 다각적이고 포괄적일 수밖에 없다. 궁극적인 북-미 관계 정상화 등 동북아 질서 재편을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은 물론이다.

오바마 정권은 이 준비 기간에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등으로 분위기를 개선함으로써 포괄적인 정책 검토 작업의 추진력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구상에 찬물을 끼얹는 북한의 벼랑 끝 전략이 단순히 북-미 협상 전략인지 아니면 핵 보유의 기정사실화를 위한 행보인지, 북한의 진의와 내부 상황에 대한 의구심이 오바마 정권 내에 점증되고 있다. 오바마 외교에도 관여하고 있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4월22일치)에서도 강조하듯이 북-미 교섭에는 관계 정상화와 핵 포기라는 최종 목표에 대한 상호 신뢰가 중요한 기반이다. 이 토대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세계적인 비핵화 추진을 정권의 중심 과제로 내걸고 있는 오바마 정권으로서는 관계 개선의 과감한 돌파구를 열기 어렵고 표류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오바마 정권의 대북 정책에 대해 북한도 이제까지 강조해 온 “전략적 결단”의 구체화로 응답할 필요가 있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