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7.03 19:47 수정 : 2009.07.03 19:47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아소 정권의 운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같다. 자민당 정권이 종말을 고하고 전후 일본의 정치사상 최초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실현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일본 사회의 대중적 여론을 반영하는 민간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에서 현직 총리와 집권 자민당 정권에 대해 이처럼 실망감과 불신감이 노골적으로 표현된 적은 기억에 별로 없다. 정권의 말기 증상이라 할 현상들이 도처에 보인다.

아소 총리로서는 이번주가 자신의 주도로 대역전 공세를 취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불리한 상황에 있는 5일의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 12일의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할 경우 자민당 내에서 총리 사퇴와 교체론이 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을 억제하고 자신의 지도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기 연예인 출신 정치가를 포함한 내각 개편과 자민당 지도부 교체를 단행한 후, 국회 해산과 총선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원래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부상한 아소 총리는 자민당 중진들의 저항을 통제할 정치력이 취약했고, 인사권조차 뜻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나약한 총리 총재의 실상만을 드러낸 채 좌절하고 말았다.

“외교의 아소”를 자부하는 아소 총리로서는 자신의 지도력을 연출하기 위한 무대장치도 나름대로 준비해 온 것 같다. 6월28일에는 올해 들어 두 번째의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가 도쿄에서 열렸고, 이어 30일에는 북핵 위협과 미-일 동맹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민주당의 연약한 자세를 비판하는 외교연설을 했다. 7월8일부터는 이탈리아에서 주요 8개국(G8) 수뇌회담이 개최된다. 한-일 정상회담도 아소 정권의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된 셈이다. 서둘러 설정된 회담이기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최근 보수 우파의 견해를 대변하는 신문과 잡지들에 민주당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들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증거이며, 민주당의 외교정책이 현재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자민당 출신 보수파와 옛 사회당 계열의 혁신세력, 시민운동 출신 그룹, 옛 일본신당 출신의 신보수파 그룹 등 이념적 정치적으로 매우 다양한 구성의 집합체다. 특히 외교안보 정책에서는 극과 극이 공존하는 상황이며, 일본인 납치문제와 대북제재에 관해서는 자민당보다 더 강경한 의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주목되는 것은 하토야마 대표, 오카다 간사장, 오자와 선거담당 대표대행 등 자민당 출신의 보수적 정치가들이 현재의 일본 외교를 “대미 일변도”라 비판하면서, 대아시아 관계 강화, 비핵 평화외교 등을 축으로 한 새로운 외교정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민주당의 정책문서와 공약집에는 “대등한 미-일 동맹 체제”, 동아시아 공동체,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구상 등과 같은 탈냉전형의 지역외교 구상이 야심적으로 제창되어 있고, 한-일간의 현안인 과거청산과 재일한국인 지방참정권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가 두드러진다. 물론 이런 외교정책은 옛 사회당 시대부터 계속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고 일본 자신의 국익에 입각한 새로운 외교목표로 자리매김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선거 공약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과정과 난관이 존재한다. 그러나 전후 최초의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일본 외교의 전략적 전환의 계기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관점에서도 좀더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