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7.14 20:33 수정 : 2009.07.14 20:33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노동부는 최근 “비정규직법 관련 오해와 진실”이라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는 표현밖에 나올 수 없다. 지면 관계로 내용을 모두 소개할 수 없으므로 그 가운데 두세 가지만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노동부 해명자료는 “기간제법은 정규직 전환법”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오해이며 사용자는 2년 범위 안에서 마음대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기업이 비정규직을 2년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할 근거도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부의 이러한 “친절한” 해설은 곧 현행 비정규직법이 얼마나 엉성하고 구멍이 많은 법률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남용 문제를 해결한다”는 애초의 법 취지가 전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것이 왜 법 시행 유보의 근거가 되어야 하는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법률 조항이 엉성하고 실효성이 없으면 이를 보완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나마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나은 법률인데 그 실효성이 없으니 차라리 시행을 유보하자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한겨울에 거리에 내몰린 노숙자가 구멍이 숭숭 난 해진 옷을 입고 있으면 따뜻한 옷으로 덮어주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지, 구멍 난 옷마저 벗겨버리려는 것은 또 무슨 심보인지?

노동부 해명자료는 또 2009년 7월1일에 일시에 해고대란이 일어난다는 것도 오해라고 주장하면서 비정규직의 근로계약이 체결, 갱신 또는 연장된 후 2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 또는 고용 종료 문제가 발생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부의 설명은 그동안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100만 해고 대란설”과는 모순되는 이야기이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작년 8월부터 줄기차게 100만 해고 대란설을 주장해 왔고 이것이 비정규직법 시행 유보론의 주요한 논거가 되어 왔지 않은가? 만약 순차적으로 발생하게 될 비정규직 해고 규모를 모두 모아서 100만 해고자라고 표현한 것이라면 이것은 지나친 과장이라는 혐의를 벗지 못할 것이다. 100만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과장된 것일 뿐만 아니라 일시 해고된 비정규직 가운데 상당수는 다시 순차적으로 재고용된다는 것이 통계상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또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다는 것도 오해라고 주장하면서 각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노동부는 공기업 선진화 추진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만 강조할 수는 없다고 해명함으로써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여러 공공기관에서 현재 비정규직 해고, 외부용역 전환 등의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추진 시책에 따라 인건비를 삭감해야 하는 공공기관들이 해고가 손쉬운 비정규직부터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모범 사용자로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이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노동부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비정규직의 고용 동향도 상세히 파악해야 하고, 정규직 전환 대책도 세워야 하고, 법 시행 후 법률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업체에 대한 지도, 단속도 해야 하고, 비정규직 차별금지의 실효화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법 시행 유보 논리의 홍보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이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