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7.19 21:48
수정 : 2009.07.1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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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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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북핵문제 칼럼에 대해 여러 분이 한 번 더 써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북핵문제가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의 가장 위험하고 오랜 안보문제이자 동북아·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도 결정적 사안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과 세계는 남북, 북-미, 다자주의라는 세 가지 방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해왔다. ‘남북’ 방식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며, ‘북-미’ 방식은 94년 제네바 기본합의체제이고, ‘다자’ 방식은 6자회담과 9·19 및 2·13합의였다.
그러나 궁극적 목적달성의 측면에서 볼 때 현재까지 위의 방식들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같은 주체와 방식에다 다른 강도와 조건을 교환하면 해결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놓여 있다. 관련 핵심 주체의 역할 배분과 접근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교환 조건과 압박강도의 단계 높임 정도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즉 더 많은 북핵 포기 교환조건의 제시(진보-온건) 또는 더 높은 압박강도(보수-강경)의 구사, 둘 중의 양자택일로 해결될 수 있는 차원을 벗어났다.
북핵문제는, 시작은 북한의 핵화시도이지만, 일단 대두한 뒤에는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복잡한 이익과 손해, 국제관계의 지형을 통과하게 되어 있다. 즉 문제가 대두한 뒤에는 관련 주요 국가들의 꼼꼼한 국익 타산의 지평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원인요소, 해결과정, 해결요인은 전연 다를 수 있다. 이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것은 한반도의 특수한 지정학에서 초래되는 불가피한 본질이다. 김일성의 공격으로 한국전쟁이 시작되었지만 그가 전쟁의 귀결을 결정할 수는 결코 없었다. 한국 문제는 구조적으로 그러하여 문제가 커질수록 국제문제·지역문제로 상승된다. 즉 한반도에서 발생한 문제가 국제문제로 상승·비화한 연후에는 역내 국제관계에 의해 해결되어왔다는 점이다.
북핵문제는, 한국전쟁과 동일하게, 미국과 중국의 길항으로 인해 교착되는 측면이 존재하며 이것이 문제의 한 본질을 구성한다. 북핵문제로 인해 동북아에서 가장 큰 이익과 손해가 걸린 나라는, 남북을 제외하면 중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명분과 국익 길항이 교착의 요체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중국은 ①궁극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지만, 동시에 ②전쟁을 통한 해결도 전면 반대할뿐더러, ③핵을 포기한 북한이 붕괴되거나 미국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가 한-중 국경까지 미국·미군의 직접자장이 미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게다가 ④자국의 지속적 경제발전, 미-중 협력, 동북아 안보를 위해 미-중 직접긴장을 원치 않는 조건에서 북한이 적절히, 또는 앞서 미국 및 한-미-일 협력구도를 견제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즉 중국적 실용주의로 인한 북한·북핵 활용을 통한 위의 네 가지 국익 동시 추구가 중국의 북핵문제 접근의 핵심인 것이다. 따라서 핵심 주체로서의 중국의 책임과 역할을 적극 제고하고 활용할 방식과 해법을 모색할 때가 된 것이다. 이제 한국과 미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이러한 ‘중국의 국익추구’를 현실로 인정하고, 동시에 역으로 활용하여 정치·경제·안보·군사의 측면에서 남북 모두에 걸쳐 중국과 협력·거래·양보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북핵문제 해결은 상당히 요원하거나 더욱더 고착되어, 핵 국가 북한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중국의 국익에 그것이 유리하다면 그들은 그 길을 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는 이미 특단의 지혜가 아니고는 남한의 손을 떠난 차원으로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정부의 궁구를 기대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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