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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06 22:49 수정 : 2009.08.07 19:15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상읽기

정부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내년에 도입한다고 한다. 대학을 마치고 직장을 구했을 때부터 학비 대출금을 갚도록 한다는 점이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체 대학생의 절반이 넘는 100만명 정도가 새 제도의 대상이 된다니 그 규모도 대단하다.

지금 있는 융자제도에서는 졸업 후 상환 시기가 되면 소득이 있든 없든 빚을 갚도록 되어 있다.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졸업 후 변변한 직장을 잡기는 어려워지니 대출금은 더욱 부담스럽게만 되었다. 저소득층 대학생 자녀에게 이자혜택을 주어 대출부담을 덜어주었지만, 신용불량 상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새 대출제도는 졸업 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는 빚 갚는 시기를 미뤄주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줄인다. 저소득층 대학생 자녀의 경우 이자혜택이 줄어들어 졸업 후에 성공한 이들은 대출금을 제대로 갚게 되는 ‘손해’를 보지만, 우리 사회의 상식에서 어긋나는 변화는 아니다. 빌린 돈으로 거둔 이득에 따라 갚을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새 제도는 더 공평한 면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안만으로는 교육비 부담이 크게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저소득 대출자의 능력을 벗어나는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대출금 갚느라 기초생활이 어려워지는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기준소득 초과분의 10∼15% 정도로 상환액의 한도를 정한다. 가령 월소득이 200만원이고 최저생계비가 100만원(2009년, 3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08만원)이라면, 최저생계비의 150%를 넘은 액수인 50만원만을 재량소득으로 보아 이 중 15%(7만5000원) 이하로 상환 부담을 낮춘다. 25년이 지나도 다 갚지 못한 액수에 대해서는 상환을 면해준다. 졸업 후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그 초과 액수의 5∼20% 범위에서 차등적으로 정한 금액을 갚도록 하는 ‘소득연계 융자법안’을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이 발의했다 하니, 우리도 이미 좋은 방안을 마련한 셈이다.

교육비의 대부분을 나라에서 대준다는 유럽식의 제도도 따를 구석이 많다. 하지만 고졸자의 84%가 대학에 들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서울 강남 부유층부터 두메산골 농군의 자녀까지 모든 대학생의 학비를 크게 깎아주기란 쉽지 않다. 집안 사정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늘려 학비를 그냥 대주는 것도 좋은 방안이지만, 성공한 다음에는 장학금을 갚게 하는 것이 이들에게도 나쁠 턱이 없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새 학자금 대출제도는 적은 비용으로 학비 부담과 교육 격차를 크게 줄이는 방안이 될 만하니 당장에는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다. 5년간 7조원이 넘는 돈을 어찌 감당할 것이냐며 인기영합 정책으로 몰아세우는 보수적 비판이 벌써 나타나고 있으니 적극적인 지지가 아쉽기도 하다.

새로운 제도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종착점이라기보다는 출발점에 가깝다. 계층 간의 교육격차는 훨씬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해를 더할수록 학력격차는 벌어져 대학 진학을 앞둔 시점에는 가난한 아이들이 웬만한 대학을 갈 실력을 갖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실정에서 대학 학자금 융자를 한들 한참 때늦은 대책이 되기 쉽다. 유복한 가정에서는 명문대 입학의 갈림길이 초등학교부터 시작된다며 아이들 뒷바라지에 걱정이 많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대학 갈 티켓을 놓치는 가난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누가 신경을 쓰겠는가? 새 학자금 대출제도 도입이 유아교육에서 대학교육에 이르는 종합적인 교육격차 해소대책의 시발점이 되기 바란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8월 8일 바로잡습니다

세상읽기 칼럼 ‘치솟는 학비 부담, 그 해법은?’에서 ‘소득연계 융자법안’의 발의자는 임혜규 의원이 아니라 임해규 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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