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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30 20:54 수정 : 2009.08.30 20:54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한 역사적 시대가 종언하였다. 개인적 호오를 넘어 김대중은 훗날 이승만·박정희·김일성과 함께 분단시대 한반도를 이끈 주역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국가건설·산업화·민주화·통일의 핵심적 근대 의제를 일별할 때 이들 네 사람의 선후적 또는 대칭적 비전, 국가 의제, 전략, 힘겨루기의 거대한 유산은 한반도 주민들의 삶 곳곳에 미치고 있고, 또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평화통일 또는 선진복지사회 건설의 위업을 성취할 때 그는 이들에 버금가는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우리는 과거 지도자를 기억할 때 지지했던 사람들은 기념하는 반면 반대했던 사람들은 증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지했건 반대했건 그들의 삶과 정책은 이미 한 공동체의 움직일 수 없는 역사가 되었고, 이 점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과거를 향한 관용과 화해가 필요한 이유는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해서이다. 죽은 그들을 미워한다고 해서 오늘 우리의 삶과 영혼, 미래 준비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김대중도서관이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로 왔을 때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부 지원 문제를 놓고 학교와 정부 사이에 실무를 맡은 적이 있다. 그때 김 전 대통령이 “왜 그리 전직 대통령 관련 사료를 열심히 모으려 하느냐”고 물었다. 무엇보다 기록과 증언을 수집·복원·채록하여 객관적인 전직 대통령 평가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객관적 전직 대통령 문화’라는 말을 특히 좋아하며 자신이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을 지원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며 국가 발전을 위해 꼭 그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이유는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승만·박정희·김대중 관련 자료를 국내로 모아 “세계는 한국으로, 한국은 세계로”라는 모토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답하였다. 물론 학교 차원에선 ‘세계는 연세로, 연세는 세계로’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준비된 답을 갖고 있었다. 즉 “앞으로 20세기의 냉전, 전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경쟁, 산업화, 민주화를 연구할 때에 대표적 성공 사례인 한국을 연구하지 않고 어떻게 교훈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바로 그것이 목표라며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자료의 곳집이 되면 20세기 동아시아와 한국의 냉전, 산업화, 민주화를 연구하는 해외의 학생·학자·언론인들은 이곳을 꼭 와야 되고, 한국 학자들 역시 그에 바탕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제출하면 한국학의 세계화가 이루어지게 된다”고 답하였다. 그는 전직 대통령 도서관들이 만들어지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하였다.

정부 쪽의 노무현 당시 대통령 역시 ‘객관적 전직 대통령 문화’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며 꼭 그런 사회가 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역사평가와 시민교육을 위한 일차 자료와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학자 이상으로 강조하여 나를 놀라게 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재임 초 두 전직이 서거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제 김대중이 박정희를, 노무현이 김대중을 그리하였듯 정쟁 극복, 역사 복원, 다음 정부의 정책 준비, 시민교육, 한국학의 세계화, 특히 객관적 전직 대통령 문화를 위해 노무현·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을 착수해야 할 것이다. 업적과 실패, 공과를 모두 끌어안아, 좋은 과거를 어떻게 키우고 부족한 과거를 어떻게 넘느냐는 문제는 역사 문제라기보다 현재 문제이며 또한 미래 건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과거는 그때 사람들의 문제이며 무엇보다 오늘 우리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 노무현·김영삼… 기념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마침 대통령은 통합과 화해를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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