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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1 18:07 수정 : 2009.10.11 18:07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추수의 계절 가을은 많은 것을 상념케 한다. 계절의 변화가 주는 선물로서 그중에는 자신과 공동체 역사에 대한 근본적 성찰도 포함된다.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추수하려 했는가? 그럴 때 한국 역사 속의 2009년은 기나긴 자운으로 다가온다.

먼저 안중근 거사 100주년이다. 안중근은 인간평등, 주권존중, 동양평화를 향해 일본 근대화와 제국화의 중심인물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였다.(1909년) 1919년엔 고종의 서거와 뒤이은 당대 아시아 근대화와 국가건설 운동의 한 표상인 3·1운동이 분출하였다.(고종 90주기, 3·1운동 90주년) 1949년엔 독립운동과 통일의 한 상징 김구가 살해당하였고(김구 60주기), 1959년엔 균등과 평화통일을 주창한 조봉암이 사형을 당했다.(조봉암 50주기) 올해는 또 한국 근대화와 민주화 길항의 정중앙에 섰던 박정희 서거 30주기를 맞는다.(1979년) 박정희의 사망을 초래한 부산-마산 민주화운동도 30주년이다. 금년엔 민주화 이후 국가경영을 맡았던 두 대통령이 서거하였다.

이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의 중첩은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가? 이들에 대한 지금의 민족적, 정파적, 이념적, 표피적 공방을 넘어 더 넓고 깊고 멀게 볼 시야를 잡아낼 순 없을까? 그것은 곧 이들로부터 한국 대신 세계를, 과거 대신 미래를, 이념 대신 전체를, 특수 대신 보편을 잡아내는 일일 것이다. 우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안중근은 민족과 독립, 반일을 훨씬 뛰어넘어 동양평화와 주권 및 세계시민평등, 그리고 21세기에 보아도 놀랍고 창발적인 동아시아공동체 건설 구상까지 나아가 있었다. 3·1운동과 기미독립선언 역시 제국 대 민족 이항대립을 넘어 명백히 근대보편적 인권과 주권과 평등을 지향한다. 김구는 분단과 통일의 이분법보다 21세기에도 유용한 보편적 문화국가주의·인간평등·균등경제 지평에서 새롭게 읽혀야 한다. 조봉암은 대중·형평·평화 노선의 선구자로서, 또 남북·좌우 냉전독재 동시극복 관점에서 세계적 제3의 길 지평에서 읽혀야 한다. 냉전시대 근대화·경제발전의 한 국제적 모델인 박정희 역시 남한을 넘어 한반도와 동아시아, 후발국가 일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은 긍정과 비판 모두 그러하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꿈과 비전도 한국 역사와 세계보편의 지평에서 읽혀야 한다.

그럴 때 문제는 다음 차원, 즉 개인과 영웅, 민중과 지도력의 관계로 넘어간다. 앞의 인물들은 당대 한국(인)의 특수한 현실 문제와 고통을 체현하여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었다. 즉 한국인·한국 사회의 구체적 현실에 대한 고뇌가, 이들을 리더로 빚어낸 동시에 ‘가장 실천적인 행동’과 ‘세계보편적인 대안’을 함께 잉태하였다는 점이다. 고뇌와 행동, 개인과 전체의 결합을 말한다. 그것은 리더의 민중 표상인 동시에 자기(고뇌)실현이자 사회헌신을 의미한다.

저들의 삶에서 민중과 리더의 관계를 다시 떠올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지금의 누가 한국 현실을 고뇌하여 당대 민중을 표상하면서, 구체적 문제 해결과 보편적 대안을 함께 창안할 것인가? 마키아벨리, 헤겔, 베버 못지않게 이 문제를 깊이 고뇌하였던 신채호의 물음이 지금 다시 절실한 이유는, 오늘의 한국 현실이 청년들에게 이 꿈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전체 민중과 사회·세계문제의 해결을 향한 절대적 보편적 고민을 지금의 청년 누가 하고 있는가? 안중근 거사 100년 가을을 맞아, 훗날 그들 삶과 공동체의 추수 시점을 생각하며 오늘의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은 물음이다. 사회문제와 보편정신의 고뇌에서 먼저 영웅이 되자. 그것이 여러분의 삶을 영웅으로, 리더로 빚어줄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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