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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2 21:34 수정 : 2009.10.22 21:34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는 최근 공무원노조에 대한 전면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노동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등 3개 조직이 조직을 통합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강력히 반대하다가 실패하자, 이번에는 전공노에 대해 해직자가 노조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는가 하면, 행정안전부도 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하여 정부 정책 비판 활동 등을 규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무원 노조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활동을 규제하여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물론 공무원은 어떠한 정당이 집권하든 상관없이 국민 전체에 대해 성실하게 봉사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확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곧 공무원의 모든 정치적 활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공무원도 공무원 신분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모든 국민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과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 노조가 합법적으로 설립된 연합단체인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행사하는 행위로서 정부가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정부는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규정한 민주노총의 강령 등에 비추어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해석이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단순히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보장하기 위한 조직만은 아니다. 노동조합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근로자들의 고용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률이나 정책에 개입하여 이를 개선, 개혁하는 데 있다. 이는 정당 정치활동과는 구분되는 노동조합 본연의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공무원 노조가 합법적 틀 안에서 법률이나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원칙과 맞부딪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그 불법성 여부는 구체적인 행위 자체를 놓고 판단해야 할 일이지 미리부터 가능성 자체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무원 노조 쪽에서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공무원 노조의 설립 목적을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 노조가 설립된 목적 가운데는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노동조건 개선도 있겠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직사회 개혁과 국민에 대한 서비스 향상일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누적되어 왔던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관료적 성격 등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여 국민에게 군림하는 조직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데 공무원 노조가 앞장설 때에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공무원 노조가 자신들만의 이익이나 챙기는 또 하나의 거대 조직으로 되지나 않을지 냉정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1962년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연방정부 공무원의 노조조직권 및 단체교섭권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을 발표함으로써 공무원 노조를 합법화하였다. 그러나 이후 수십년 동안 연방정부와 공무원 노조는 대립과 갈등을 지속하였다. 그러다가 1993년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공공부문 노사 파트너십이 제안되고 노사간 협력이 이루어지면서 공직사회의 생산성 향상 및 공무원 복지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도 하루빨리 공무원 노조를 적으로 돌리고 탄압하는 행태를 버리고 진정한 협력적 관계를 통해 노사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 내의 노사 갈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국민 대다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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