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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04 21:04 수정 : 2010.02.04 21:04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대학 졸업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4년간의 힘든 학업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이나 부모님, 가족에게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요즘 대학가에는 기대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불안과 실망의 한숨만 들릴 뿐이다. 바로 대졸자 취업난 때문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취업준비를 위한 영어와 시사상식 공부에 매달리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수십 군데 기업에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도 막상 취업이 확정되는 경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다. 그러잖아도 좁은 취직문이었는데 최근의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축소까지 겹쳐 대졸자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막상 졸업해도 결국 백수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대졸 실업 문제는 단지 당사자나 그 가족들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자리는 생활유지를 위해 필요한 돈을 버는 곳일 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인생의 출발점에 선 청년층에게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곧 자신이 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비쳐 자신의 전 생애에 걸친 존재 의의를 부정당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런 부정적 인식은 그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에 여러가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청년들의 생활이 어렵고 자신감이 떨어지게 되면 혼인율이나 출산율이 감소하며 자녀 양육 책임의 회피, 부모 부양 책임의 회피, 이혼율의 증가, 아동문제 발생 등 다양한 가족문제를 낳게 된다. 범죄, 질병, 알코올이나 약물 의존 등 사회문제도 늘어나게 된다. 결국 한 사회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청년층의 생활 파탄이 사회 전체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층에게 안정되고 질 높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한 사회의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것을 의미할 만큼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이라 하겠다. 정부도 물론 청년층 실업 문제의 해소를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시된 청년층 실업 대책은 대졸 미취업자 인턴제 등 일시적인 저임금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머물고 있을 뿐 청년 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미흡하기만 하다.

일부에서는 중소기업에는 아직 일자리가 많은데도 대졸 미취업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서 취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눈높이를 낮추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무책임한 주장이다. 5~9인 규모 기업의 평균 월급여액은 500인 이상 기업의 6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임금격차가 심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해 일단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대기업으로의 이동이 거의 힘들며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임금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동일한 태양광선이 프리즘을 거치면서 그 굴절률의 차이에 따라 여러가지 색으로 나뉘듯이 동일한 능력을 가진 대졸자라도 어떤 규모의 기업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향후의 인생궤적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를 프리즘 효과라고 한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도록 권고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열악한 임금 및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과 근로환경 개선, 산별 임금체계의 정착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매력 있는 직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치 볼록렌즈를 통과한 빛이 한 점에 모이는 것처럼 중소기업에 들어가도 능력만 있으면 대기업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프리즘 효과는 사라질 것이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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