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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11 22:03 수정 : 2010.02.11 22:03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6월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진보개혁진영 사이에 반엠비(MB)연합 논의가 한창이다. 개발독재 시대로 돌아간 듯한 정부 행태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재벌과 대기업 위주의 시장만능주의에 위협을 느끼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제 이명박 정부보다 무언가 더 나은 것을 할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서 국민적 기대를 모으는 일이 연합의 과제가 되고 있다. 과거처럼 반독재 민주주의를 내세우자는 주장도 있지만, 소득양극화와 고용, 교육, 의료와 주거, 보육 등 시민생활에 다가서서 대안적 노선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공감이 크다.

20세기 세계사의 경험은 고삐 풀린 시장경제의 폐해와 부작용을 교정하는 접근법을 보여준다. 개인의 자유·권리를 강조하는 전통에 서서 불평등을 줄이려는 자유주의가 한 축을 차지한다면, 사회 통합과 연대, 공동체적 규제를 강조하는 사회주의적 전통이 다른 축을 이루었다. 선진 서구사회는 시장원리주의와 이에 대항하는 개혁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가 갈등하며 공존하는 과정을 거쳐 발전하였다. 그런데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는 시장원리주의의 기치만 휘날릴 뿐 그 대항노선은 미약하다. 개혁자유주의는 10년에 걸쳐 집권을 하였고 제1야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다지 내실은 없다. 재벌과 대기업을 비판하지만 그들과 대립각을 세울 결의가 약한 민주당의 노선은 지금 정부의 중도실용 몸짓 몇 번이면 색이 바래는 지경에 있다.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찾아보기가 더 어렵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노동자·서민의 정당을 자임하지만, 전투적 민족주의, 민주주의를 넘어서서 시장원리주의에 대항하는 좌파적 전망을 열어주지 못하고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열세에 있는 개혁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자신의 정책노선으로 시민생활에 파고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선거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여 실질적인 분권화의 진전이 미흡하다. 교육과 치안은 중앙정부 관리 아래 남아 있다. 복지서비스 등 지방의 자율사업이 된 경우 재정 책임은 지방에 떠넘기되 중앙의 행정적 간섭은 이어지고 있다. 중앙정부 고유사업이라 할 기초노령연금 등 소득재분배 사업에서는 지방에 재정부담만 지우는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손볼 구석이 많은 지방자치이지만, 고용과 교육, 주거와 보육, 의료 등 다양한 시민생활에서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몫이 적지 않다. 일자리를 발굴하고 실직자 취업을 돕는 일은 기업과 근로자, 공공과 민간의 고용지원서비스를 통합해내는 지역의 주도성이 있어야지 해결될 수 있다. 지역 특성에 맞추어 주거와 보육 등 주민 욕구를 채우는 것도 지방정부가 감당할 일이다. 자유주의 개혁파와 사회민주주의자는 지방선거를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며 시장원리주의에 대항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처의 신자유주의 개혁에 패퇴한 영국 노동당이 지방정치에서부터 다시 힘을 모아 재집권 드라마를 이루어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강한 상대에 대항하여 약한 세력들이 연대를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으로 대중적 지지를 모으는 각 정치세력의 독자적 활동이 굳건히 서지 않고서는 사회세력 없는 정치엘리트들의 연합에 그치기 쉽다. 연합론이 민주당 중심의 대동단결론으로 변질되어 소수파 진보정당의 전진을 가로막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사회민주주의자가 자유주의자들과 경쟁하며 보수와 대항하는 선진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유력한 사회민주세력이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 후진성의 징표이다. 다가오는 6월, 사회민주주의자가 이끄는 지방정부의 출현을 기대한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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